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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을  함부러 소환하지 마라

by Zarephath Sep 12. 2024

예전에 한창 아이러브스쿨이 유행하던 때, 나도 내가 좋아하던 친구를 한명 찾았다.꽤 많이 친했던 걸로 기억했다. 우리는 매우 반갑게 만났다. 그 친구 외에도 같이 어울리던 친했던 친구들과 같이 만났다. 우리들은 술잔을 기울이며 옛날 얘기에 취해 있었다.

내가 찾았던 그 친구가 가장 부잣집 아들이었는데, 일년에 한 두번 그 집 부모님 소유의 콘도미니엄에 놀러가곤 했다. 마친 그 얘기가 나와 가 얘기해 심취해 다른 방 여자애들이랑 방팅을 하던 얘기 등 재미있는 얘기가 한창이었는데, 이상하게 얘기가 약간씩 틀리고 같이 갔던 멤버들이 다르게 언급되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내 얘기가 맞다고 그랬는데 다른 애들 얘기가 공통적으로 일치하는 것이었다. 그제서야 아! 하고 기억난 것이 그때 즈음 애들이 나를 은근히 따시키고 있었던 것이어서 처음 한번만 나를 데려가고 두번째, 세번째는 날 빼놓고 지들끼리 갔던 것이었다.

오랜만에 만나 반가움과 오랜 시간으로 인해 아무도 그 사실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고 잊고 있었다.

갑자기 분위기가 이상해졌다. 오랜만에 만난 반가움에서 어색하기 짝이 없는 묘한 분위기로 바뀌어 버렸다. 이럴땐 얼른 다른 얘길 하며 다른 추억으로 넘어가는 것이 정석이지만 아무도 그렇게 하지 않았고 나는 그렇게 하고 싶지가 않았다. 그 친구들 중 의대에 진학하여 의사가 된 내가 가장 성공한 사람이었다. 나는 최대한 그 사실을 그들에게 자랑하고 싶었다. 좀 치졸한 복수였다. 술값도 내가 현금으로 수십만원을 그 자리에서 결제해 버리는 만용을 부렸다. 그걸로 수십년간 내 마음의 한켠을 자리잡고 있던 상처가 치유가 됐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그들이 곤란해 하는 모습 그 자체, 나의 성공을 자랑하는 그 자체로 꽤나 만족 스러웠다.

그 이후 그들과 몇번 연락 하기는 했으나 형식적으로 또 보자는 둥의 말을 했을뿐 실제로는 아무도 서로 보고싶어하지 않았다.

추억을 되새길 때는 조심해야 한다. 잊고 있던 상처가 실체를 드러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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