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허리가 아프다. 오토바이 타 볼려다 뒤로 자빠져서 척추골 10개에 골절상을 입었다. 허리가 으스러지는 것 같고 내려 앉는 것 같다. 천근 추를 허리뼈에 매달아 놓은 것만 같다. 정말 지옥 같은 고통인데, 이게 만성 통증이란게 더 문제다. 도무지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인다. 호전의 조짐이 조금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내 영혼까지 지옥으로 만든다.
내 이 통증만 사라진다면 악마에게 영혼이라도 팔겠다.
우리는 간절한 바램이 있거나 극심한 불행 가운데 있을때 악마에게 영혼이라도 팔겠다 라는 말을 자주 하곤 한다. 참 아이러니다. 악마가 결코 행복을 가져다 줄 존재가 아님에도 우리는 그런 말을 참 쉽게 한다.
태어날 때부터 사지가 없는 청년이 있었다. 장애인 복지가 그리 잘 되어 있지 않은 나라에서 그런 몸으로 살아가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어릴 때 그의 집에 화재가 나서 그 몸에 끔찍한 화상까지 입게 되었다. 그런 불행 가운데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이 있지만 그 청년은 그런 훌륭한 사람이 아니었다. 불행은 불행으로, 행복은 행복으로 받아들이는 평범한 사람이었다. 악마는 그런 평범한 사람을 찾는다. 멘탈이 강하고 긍정의 에너지로 가득한 사람은 악마의 관심의 대상이 아니다.
악마는 그 청년을 찾아내었다. 그리고 그 청년이 절대 거절할 수 없는 거래를 제시했다. 네가 네 영혼을 나에게 판다면 – 영혼을 파는 과정은 매우 간단하다. 그냥 yes라고 한마디 하면 될 뿐이다.- 네게 정상적 그 이상의 아름다운 외모와 그에 덤으로 부귀와 영화를 주겠다. 단지 넌 네가 죽은 후 나를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그 청년은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어차피 한 세상, 지금껏 지옥보다 못하게 살아 왔는데 이제 천국보다 나은 삶을 준다고 한다. 거절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어차피 천국, 지옥, 천사, 악마, 그런 거 믿지도 않는 것, 누가 그렇게 해 주겠다면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그는 서슴지 않고 yes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그는 이 세상에서 어느 왕 부럽지 않은 세월을 살았다. 단 그는 매일 밤 악몽을 꾸게 되었는데 이전처럼 팔다리가 없는 몸으로 유황불에서 살이 녹아가는 꿈이었다. 하루 이틀 즘은 그저 악몽이겠거니 생각했는데 이 꿈이 매일 밤 계속되니 그것이 마치 사실인 것처럼 느껴졌다. 그는 악마에게 물었다. ‘내가 매일 밤 꾸는 그 꿈은 사실인가? 아닌가?’ 악마가 대답했다.‘그게 무슨 상관인가? 너와 나의 계약은 이 세상에서의 부귀영화가 전부가 아닌가? 죽고 나서 나를 따라온 이후는 내 소관일세.’ 맞는 말이었다. 왜 난 그 때 계약의 내용을 좀 더 꼼꼼히 물어보지 않았던가? 후회해도 소용 없었다. 그는 조금이라도 오래 살려고 갖은 노력을 다했다. 죽은 후 악마를 따라 가서 어떤 일을 당할 지 알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는 오래 살 수 있는 방도를 강구하기 위해 가진 가산을 다 탕진했고 신장을 팔기까지 했다. 그의 삶은 부귀영화와 건강과는 점점 멀어지게 되었고, 다시 극심한 불행의 한가운데에 떨어지게 되었다. 그리고 종말이 다가왔다. 악마가 찾아왔다. ‘그래 한 세상 부귀영화는 누리고 살았는가?’ 그 남자의 눈에서는 붉은 눈물만이 흘러내렸다.
때로는 우리의 운명을 바꿔놓을 제안이 우리에게 오곤 한다. 그것이 대부분 악마와의 계약임을 기억해 두는 것도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