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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는 피로 갚는다.

by Zarephath Sep 12. 2024

집에 왔다. 홈 스윗 홈. 그것도 전세도 아닌 자가이다 시골에 집을 마련한지 10여년, 그동안 사소한 불편도 많았지만 개 키우면서 나름 행복하게 살아왔다. 어느 날 개가 야성이 남아 있었던지, 비둘기를 습격하여 목을 물어 죽인 일이 있었다. 별일 아니라고 생각하고 그냥 넘어간 지 수 개월, 집에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마당에 비둘기 시체들이 수북이 쌓여 있는가 하면 비둘기들이 창에 부리를 박고 죽는 일들이 수 없이 벌어졌다. 아침에 집을 나서면 비둘기들이 마치 까마귀처럼 입을 벌리고 까악까악 가리며 나를 위협하기도 했다. 그리고 비둘기 때들이 강아지를 공격하는 일이 수시로 벌어졌다. 한꺼번에 공격하여 강아지가 상처를 입고 피를 줄줄 흘리며 돌아다니는 일도 벌어졌다. 처음엔 짐승끼리 일이라 별일 아니라 생각하고 지나가려 했는데, 비둘기들의 공격은 날로 거세졌고 밤낮을 가리지 않았다. 밤에는 비둘기들이 창에 부리를 박고 죽는 일 때문에 공포에 질려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처음엔 교회 목사님을 찾아가 보려다가 인간의 일이 아니기에 동네에 용하다는 무당을 찾아갔다. 그 무당 왈, 조금만 있으면 사람으로 환생할 비둘기 였는데 그 개가 물어 죽인 탓으로 그 비둘기의 한이 동네 비둘기에게 전이된 것이라 했다. 반신반의 하며 동물 행동학자에게 가 보았는데, 비둘기의 집단 보복 행위는 처음이라 잘 모르겠다 했다. 다시 무당을 찾아가 방도를 물으니, 이미 그 집 전체가 비둘기의 저주로 가득하여 집을 허물거나, 비둘기의 넋을 달래는 큰 굿을 해야 한다고 했다. 10여년 정 붙이고 살아온 집을 허물 수는 없었다. 그래서 큰 돈을 들여 굿을 하기로 했다. 굿 판은 시원하고 깔끔하게 끝났다. 이제는 비둘기의 저주가 떠나고 예전처럼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왠걸, 비둘기 때의 비명은 여전했고 창문에 부리를 박고 죽는다거나 인간을 위협하는 행동 들은 계속되었다. 이번에는 동네 암자에 산다는 영험한 신선에게 찾아갔다. 굿까지 했는데 해결나지 않는 이유가 뭐냐고. 그 신선 왈, 피는 피로 갚아야 하는 법, 그 개의 피가 없이는 그 저주가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자식같이 길러 온 개였다. 기쁨과 슬픔을 같이 하며 물고 빨며 길러온 개였다. 그런 개를 야성의 습성으로 비둘기 한마리를 죽였다고 죽일 수는 없었다. 그럴 수는 없었다. 그 때부터 그는 그 개를 품에 안고 잤다. 혹여나 비둘기들의 공격을 받을까 노심초사 하며 항상 개를 안고 다녔다. 그럴수록 비둘기들의 그에 대한 위협은 더 거세지고 비둘기들의 공격으로 집이 거의 다 부서질 판이었다. 그는 총을 준비했다. 비둘기란 비둘기는 보이는 대로 쏘아 죽이리라 결심했다. 굳은 결심을 하고 총을 들고 개를 데리고 나간 순간 그가 본 것은 비둘기들이 뭉쳐 모여 거의 집체만한 크기로 변한 것이었다. 그는 한발을 쏘았다. 한마리가 죽었다. 두발을 쏘았다. 두마리가 죽었다. 그랬더니 비둘기들이 일시에 달려들어 그를 공격하고 개를 공격했다. 그는 피투성이가 되었고 개는 죽었다. 기진맥진한 그의 주위를 비둘기들이 한참을 날아 다니더니 어디론가 날아가 버렸다. 그는 쓰러져가는 몸을 일으켜 개를 안고 목놓아 울었다. 그리고, 마당에 묻어 주었다. 이후 그 집 주위에는 비둘기는 흔적도 보이지 않았고 집은 예전처럼 평안을 되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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