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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태솔로의 결혼 스토리

by Zarephath Sep 12. 2024

선을 봤다. 딱히 결혼할 생각은 없었다. 당시 형이 돈 사고 치고 집은 발칵 뒤집어지고, 홀어머니는 인생에 특별한 이벤트가 없어서 아들의 결혼이란 이벤트를 즐기고 싶었다. 난 결혼이란 전혀 생각이 없었고 특히 선이란 것은 전혀 혐오하고 있던 터라 절대, 극구 선볼 생각은 없었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형이 돈사고를 친 것이 결정타가 되어 나라도 집에 즐거운 일을 만들어야 하는 의무감이 생겼다. 그래서 눈 딱 감고 효도하는 마음으로 선을 보기로 했다. 30대 후반의 여자 치과 의사 –나는 의사다- 가 나온다길래 분명 뚱뚱하고 못생긴 여자가 나올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더욱 위 아랫 이를 꽉 깨물고 오직 효도만을 생각하고 선자리에 나갔다. 그런데, 저기 혼자 앉아 책을 읽고 있는 선녀같은 여자가 있는데, 가서 확인을 했다. ‘혹시 김선생님 아니신지요?’‘아~ 네 맞아요’ 나는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아니 어떻게 이렇게 생긴 여자가 아직 결혼을 안했단 말인가? 아니 어떻게 저런 여자가 선을 보러 다닌단 말인가?’ 우리는 어색하고도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자리를 옮겼다. 백화점 카페에 가서 간단하게 차를 마시고 식사를 하러 갔다. 식사를 마치고내가 먼저 질문을 했다. ‘저를 또 만날 생각이 있으신지요?’‘어떠신데요?“‘저는 당연히 있습니다.’‘,,,저두요’ 이렇게 해서 우리는 선 이후의 연애를 시작했다.

내가 연애에 젬병인 스타일이다. 도대체 연애할땐 무슨 얘기를 해야 하는지, 여자가 무슨 얘기를 듣고 싶어하는지, 도대체다 그런 것들에 대해 전혀 무감각한 스타일이다. 그러니까 그때까지 솔로지.

한번은 그녀가 내게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다.‘요즘 무슨 생각 하고 사세요?’이건 우리 관계에 관한 질문이다. 그런 질문에 한다는 대답이 이러했다.‘아 네, 저는 요즘 솔로몬의 판결에 대해깊이 묵상하고 있습니다. 로 시작해서 그 본문으로 일장 설교를 하고 말았다.’‘아 네, 라고 대답하는 그녀의 표정은 ’아 이 사람은 이런 인간 이구나‘라는 의미였다고 한다. 그렇게 그렇게 서로를 알아가던 중 우리의 연애에 위기가 왔다. 우리가 만나고 있을때 문자가 와서 무슨 문자냐고 물었더니 뭔가 반응이 이상했다. 거짓말을 못하는 그녀의 성격상 모든 것을 사실대로 얘기하는데, 버스에서 그녀를 본 어떤 남자가 편지를 주며 만나 달라고 했다고 한다. 이후 식사를 몇번 하고 영화를 한번 본 것이 다라고 그랬다. 나는 아직까지 그런 식의 대쉬가 가능하다는 것에도 놀랐지만 그녀가 다른 남자와 그런 시간을 보냈었다는 것에 참을 수가 없었다. 끓어오르는 질투심에 나는 헤어지자고 그랬다. 그녀는 이후 밥도 못먹고 눈물로 매일을 지새웠다고 한다. 그녀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나였기에 그녀를 보낼 수가 없었고 무엇보다 그녀를 억울하게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 남자와 완전히 정리하는 것을 조건으로 화해를 했다.

이런 저런 알콩달콩한 일들이 지나간 후 드디어 결혼의 그 날이 다가왔다. 나는 그녀를 놓칠까 두려워 혼인신고부터 하자고 졸라댔고 그녀는 그런 나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더 내가 우겨우겨 혼인신고를 하고 결혼에 골인했다. 급하게 진행하느라 좋은 곳에 신혼여행을 가지는 못하고 베트남에 갔다. 거기서 몇일 놀다가 귀국하여 우리들의 보금자리로 들어왔다. 한번 유산한 일이 있기 때문에 임신-아들-했을 때 일을 못하게 했다. 이후 딸 둘을 더 나았는데, 막내는 내 심장을 녹이는 아이가 되어 버렸다.‘

이상이 결혼 안 할뻔한 나의 결혼 스토리이다. 인생만사, 알 수 없는 것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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