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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보험의 수렁

by Zarephath Sep 13. 2024

젊을 때는 관심도 없는 보험 같은 것에 관심을 가지고 보험약관에 관심을 가질 나이가 되었다. 보험은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현재의 소득을 지출하는 어리석은 행위이다. 그런 어리석은 행위에 나도 동참하고 있다. 주로 생명보험을 들었는데, 쉽게 말해서 나 죽으면 가족들한테 돈나오는 보험이다. 그런데, 이 생명보험을 들고 나니 묘한 느낌이 들었는데, 그게 뭐냐면 내가 살아 있는 것과 죽어서 가족들에게 돈을 남기는 것과 어느것이 더 가장으로서 할 일인가 하는 것이었다. 쉽게 결론이 나질 않았다. 더우기, 내가 아파서 입원해 있을 때에는 정말이지 객관적으로 가장으로서 어느 것이 더 좋은지 알 수가 없었다.

어느 가장이 있었다. 그가 가족에게 남길 것은 생명보험 하나, 벌어서 보험회사에 갖다다 바치는 것이 일이었다. 그 외 가진 것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열심히 일해서 받은 급여를 보험회사에 열심히 갖다 바쳤다. 그러느라 그는 지금 자녀들에게 해줄 수 있는 아무 것도 해 술 수가 없었다. 정말이지 슬픈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가난한 사람들은 자녀에게 남겨주기 위해서 현재를 저당잡힐 수밖에 없는가?

이제와서 보험을 깰 수도 없었다. 보험을 깰 경우 받을 수 있는 환급금은 그동안 납부한 원금에 현저해 못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인생이 굉장히 단순해 졌다. ‘일을 한다->월급을 받는다->보험회사에 갖다 바친다’그나마 이렇게 살아야 자기가 죽은 후 자녀에게 뭐라도 남겨줄 있고 지금 자녀에게 물려주고 싶으면 자살하는 방법이 있다.

삶이 무의미해진 그 가장은 진지하게 자살을 고민하고 있었다. 지금 살아서 자식들에게 민폐가 되느니 죽어서 돈이라도 남겨 주는 것이 아비로서 할 일이 아닌가? 이런 고민이 그의 마음을 파고들자 아무 것도 그에게 의미가 있는 것은 없었다, 죽음 외에.

그는 실제로 자살을 시도했다. 소주를 한 병 마시고 철로에 누워 있다거나, 차 안에서 번개탄을 피운다거나,,, 번번이 실패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가족들은 대성통곡을 하며 무슨 생각으로 그런 짓을 했는지 물었다. 가장은 솔직히 대답했다. 돌아오는 가족들의 반응은 뜻밖이었다. 남편 업이, 아빠 없이 어떻게 사느냐는 것이었다. 아빠는 아빠이기  때문에, 남편은 남편이기 때문에 소중한 것이지 그까짓 돈이 무슨 소용이냐는 것이었다. 그 가장은 울었다. 태어나서 그렇게 눈물을 펑펑 흘린 적은 없었다.

그 가장은 평소와 다름없는 생활을 했다. 일하고, 월급받고, 보험회사에 돈 갖다 바치고. 그러나 그의 마음은 달라져 있었다. 자신이 아버지라는, 자신이 남편이라는 자부심과 책임감이 가득했다. 그의 전과 똑같은 생활은 외형은 같겠지만 그 내면은 전혀 다른 삶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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