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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arephath Sep 14. 2024

꿈, 폭포, 그림, 그리고 불륜.

그는 방아쇠를 당겼다. 바로 그녀의 머리에 대고. 그리고 자신의 머리에 대고 두 번째로 방아쇠를 잡아당겼다.‘그녀와 그가 만난 것은 대학교 시절이었다. 미대를 다니던 두 남녀는 잘 맞았고 쉽게 사랑에 빠졌고 너와 나의 구분이 없는 사이로 순조롭게 발전했다. 둘의 꿈은 파도가 치는 절벽에 지은 집에서 바라다 보이는 파도를 그리는 것이었다. 서로 같은 꿈을 꾸며 둘은 사랑을 키워 나갔다. 둘은 둘의 꿈을 이룰 수 있는  장소를 매일 물색했다. 그러던 중 마침내 찾았는데 미국 영화 아이언맨에 나오는 스타크하우스 같은 곳이었다. 그 곳의 구체적인 위치까지 알아낸 둘은 언젠가 거길 가서 같이 파도를 바라보며 파도를 그리는 날을 고대했다.

어느 날 남자는 모델 아르바이트를 하게 됐다. 그림도 잘 그리지만 몸매가 매우 미학적인 그는 모델로도 자주 아르바이트를 헸다. 더욱이 누드 모델은 아르바이트 값을 더 쳐줘서 자주 하곤 했다. 어느 날 모델 일을 마치고 나오는데, 나이가 좀 든 것 같은 여성이 말을 걸어왔다.‘몸, 아주 좋던데?’당황스러웠다. 모델에게 그런 말을 하는 것은 매우 실례이기 때문이다. ‘불쾌하군요’‘아 뭘 그렇게 빡빡하게 굴어? 좋은걸 좋다고 그러는데.’‘그래도 모델에게 그렇게 말씀하시는 건 금기입니다.’‘아이구, 알았어요. 우리 차 한잔 할래요? 내가 살게. 내가 물어볼 것이 많아서 그래.’‘물어볼 것 있으시면 수업시간에 하시죠. 전 이만 볼 일이 있어서.’ 그렇게 둘의 첫 번째 만남은 끝이 났다. 그 다음 수업시간에도 그녀는 나타났고 또 말을 걸어왔다. ‘내가 그 쪽을 좀 알아요. 미대 학생이면서도 이미 작품전을 열기도 하고, 작가로서도 꽤 유명한데, 모델까지 겸업한다면서?’‘저에 대해 뒷조사를 하셨나요?’‘뒷조사랄 것 까진 없고 내가 관심 있는 것에 대해선 꼭 알아야 하는 성격이라서’‘그래서 하고 싶으신 말씀이 뭔가요?’‘저기, 내가 뒤늦게 그림을 시작해서, 과외를 좀 해 주면 좋지 않을까? 자기 같은 사람이면 모델까지 해 올 필요도 없고 더 집중적으로 배울 수 있을 것 같아서’ 항상 경제적인 문제로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던 그로서는 쉽게 거절하기 힘든 제안이었다. ‘그럼, 과외비, 모델료 모두 보통의 5배를 주지.’‘,,,아,,,에,,,저,,,그럼 생각을 좀 해보고,,,’‘하하하 알았어 그럼 승낙한 것으로 알고 수업은 다음 주 월요일부터다.’ 그렇게 그녀와의 만남이 시작되었다. 첫 수업은 아주 좋았다. 예상 밖으로 그녀는 수업에 진지했고 모델을 바라볼 때도 모델 그 이상으로 보지 않았다. 이런 식이라면 얼마든지 과외를 계속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매주 수업을 하며 둘은 많이 가까워졌고 한번은 수업 중 ‘이럴 때는 이 붓의 터치를 이렇게,,,’라며 그녀의 목덜미를 감싸 안기도 했다. 그래도 별 다른 느낌은 없었다. 그리고, 모델을 하는데, ‘선생님 그 자세를 조금만 이렇게,,,’ 라며 몸에 손을 대었으나 그때 또한 별 다른 느낌은 없었다.

그렇게 두 사람의 터치가 아무렇지도 않게 되자 오히려 둘의 터치가 더 과감해졌다. 몸을 만지고 손을 잡아도 아무렇지 않았다.

그리고 그 과정을 그의 연인은 모두 지켜보고 있었다.‘

자신과의 터치보다 더 편안하고 자기 몸을 만질 때 보다 더 아무렇지도 않은 관계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랐다. 그 연인이 그녀를 만나자고 했다. 뻔한 질문들을 했다. 어떤 관계냐? 무슨 사이길래 그렇게 서로 편한가? 질투에 눈먼 여자가 불륜녀가 하는 질문들을 쏟아 부었다.

그리고, 그 여자는 그 얘기를 그에게 다 했다.‘아니, 내가 불륜이라도 저지르는 것처럼 따지더라고. 둘이 결혼한 것도 아니잖아? 근데 내가 왜 그런 질문들을 받아야 하지? 솔직히 좀 그랬어.’

그 남자는 화가 났다. 나를 믿지 못했단 말인가? 그래서 따졌다. 나를 믿지 못한 거냐? 우리는 스승과 제자일 뿐인데 왜 그런 자리를 만들어서 서로 어색하게 만드느냐?

그 이후 수업을 하는데, 그녀가 좀 이상했다. 머리가 아프다 그러더니, 몸이 안 좋다고 부축을 해달라고 그러기도 했다. 그리고 모델을 하려고 옷을 벗는 순간 그녀는 그에게 안겼다. 뜨겁게 안겼다. 그리고 둘은 뜨거운 사랑을 나눴다.

그는 매우 수치스러웠다. 자신을 믿지 못하냐며 큰 소리를 친 것도 수치스러웠고 사랑하지 않는 연상의 여인과 관계를 맺은 것도 수치스러웠다.‘

그녀는 그 연인을 만나자고 했다. 만나서는 그의 품이 얼마나 뜨거웠는지, 그의 손길이 얼마나 거칠었는지 모두 얘기해 주었고 마음껏 비웃었다.

그 얘기를 다 들은 그 연인은 총을 두 자루 준비했다. 그리고 딱 세 마디를 했다. ‘다 들었어’‘우리 꿈은?’‘끝내자’

수치스러움에 견딜 수가 없었던 그도 그녀와같은 생각이었다. 그리고 방아쇠를 두 번 당겼다.

두 연인의 죽음의 소식을 들은 그 여자는 또 다시 몸매 좋은 모델에게 접근하여 말을 걸었다.‘몸 좋던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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