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 한마리가 있었다. 자세히 보니 이마 정 중앙에 못이 박혀 있었다. 난 개인적으로 그런 짓을 하는 사람은 사람에게 행하기 위한 예행연습이라 생각한다. 너무 아파해서 어떻게 해 주질 못했다. 붙잡아 인근 동물 병원에 데리고 가려고 해도 고양이가 나에게 잡히려 하지 않았다. 아쉽지만 그 고양이와는 그것으로 헤어지게 되었다.
예전에 그 마을 인근에 고양이에게 밥을 챙겨주는 청년이 있었다. 고양이에게 밥을 챙겨주다 친해지면 고양이를 어딘가로 데려가곤 했다. 처음엔 고양이를 좋아하나보다 생각했는데, 나중에는 과연 그 고양이들을 어디로 데려가는지 의심스러워지기 시작했다. 그 청년이 같은 교구의 일원이어서 언젠가 그 청년의 집에 가 본 적이 있었다. 이상한 냄새가 났지만 가난하고 위생상태가 안 좋은 집이라 그러려니 생각했다. 그런데 못을 총으로 쏘는 기계도 보이고 망치도 볼 수 있었다.당시에는 참 이상한 것들이 집에 있다고 생각했다.
그 고양이 사건 이후 그 청년을 만난 적이 있다. 부쩍 수척해 있고 어딘가 공포심이 어려 있었다. 손에는 비닐봉투가 들려 있었는데 이상한 진액이 뚝뚝 흘러내렸다. 악취가 진동을 했다. 어디선가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렸는데 그 소리가 들리자 그 청년은 섬짓하며 바들바들 몸을 떨었다. 또 고양이 밥 주러 나왔나보다 생각했는데, 그 날을 밥을 주지 않고 그냥 갔다.
그는 고양이 학대범이었다. 망치로 못을 머리에 박아 넣다 총으로 쏘았고, 칼로 배를 갈랐고 목을 찔렀다. 그러다 죽은 고양이는 비닐 봉투에 넣어 내다 버리곤 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이상한 일들이 벌어졌다. 분명히 죽인 고양이인데, 자기가 죽인 모습 그대로 나타나곤 했던 것이다. 머리에 못이 박힌 모습, 배가 갈려진 모습, 목에 칼이 찔린 모습 등으로 그 청년의 집에 나타나 돌아다니는 것이었다. 그는 처음엔 자기가 죽이다 덜 죽인 고양이가 돌아온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고양이들은 시체의 악취를 풍기기까지 했고, 그가 죽인 그 때의 표정 그대로 돌아다니며 밥을 달라는 듯이 울어대기 시작했다. 그는 고양이의 저주에 걸린 것이었다. 그는 그 저주에서 벗어날 방법을 생각해 봤다. 다시 죽이는 법, 완전 목을 잘라 버리는 법 등을 생각해 보고 실행해 봤으나 다시 죽이면 다시 죽은 그 모습으로, 목을 자르면 목이 잘린 모습으로 다시 나타났다. 그는 몸부림 쳤다. 그리고, 비로소 알게 되었다. 그 저주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똑같이 당하는 것뿐이라는 것을. 그는 공포 속에서 사느냐, 죽어버리느냐, 선택을 해야만 했다. 그는 최대한 공포를 견디며 이제 진심으로 고양이들에게 잘해주며 속죄할려고 노력을 해봤으나 아무 소용이 없었다. 공포에 지친 그는 죽을 준비를 했다. 사무치는 고양이 소리들 속에서 그는 못을 머리에 박아 넣고, 총으로 못을 머리에 쏘고, 자기 배를 자기 손으로 가르고, 그리고 자기 목을 칼로 그어 버렸다. 그렇게 그는 고양이의 저주에서 벗어났고, 마지막 유언으로 자기 시체를 토막 내어 비닐봉투에 넣어 갖다 버려 달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