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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왜 고난은 한꺼번에 닥쳐 오는가?

by Zarephath

소화가 안 된다. 약을 많이 먹어서 그렇다. 병원에서 주는 약에다가 내 나름대로 처방을 받는 약까지 먹어서 그렇다. 소화계 부작용 말고도 발도 붓고 숨도 차고, 이래저래 몸이 말이 아니다. 몸을 치료하기 위해 먹는 약인지 약 때문에 몸이 죽어 가는지 알 수가 없다.

내 질병의 시작은 Cushing‘s disease라는 병으로 스테로이드를 과용하여 정상적으로 스테로이드 호르몬이 분비되지 않는 병이다. 이 병이 있으면 배도 나오고 중심도 잘 못 잡게 되는데, 그래서 자주 픽픽 넘어지다 보니 척추골 골절이 왔기 때문이다. 흉추 한 10개가 골절이 되고 나니 그 통증이 허리가 으스러지는 것 같고 허리가 내려앉는 것 같고 천근 추를 척추에다가 묶어서 매달아 놓은 것만 같다. 게다가 예전에 백내장 수술을 한 곳에 감염이 생겨 각막 궤양이 생겨 안내염으로 진행하여 한쪽 눈이 실명이 되었다. 이건 뭐 각 과별로 병이 하나씩 생겨 나를 괴롭히기로 작정을 한 것 같았다. 왜 고난은 한꺼번에 닥치는 것일까? 술은 그렇게 마셔대고 담배는 그렇게 펴대도 술 담배 때문에 병 생겼단 말은 안하더라. 기분도 우울한데 술이나 퍼마시고 담배나 필까?

세상의 고난에 대해 여러 가지로 위로하는 말, 설명하는 말들이 많다. 특히 종교에서 그런 것들에 대해 많은 썰들이 있다. 감당할 만한 고난을 주신다는 말도 있고 고난을 통해 인내를 인내를 통해 연단을 연단을 통해 성화를 이룬다는 말도 있다. 그렇다면 모든 종교인들이 다 그런 고난을 겪게 되는 것인가? 그런 고난들을 겪지 않고 성화를 이루어 가는 사람들은 무엇인가?-성화는 인간성의 좋고 나쁨이 아니라 하나님의 주도 하에 신의 성품에 참여하는 것이다.- 왜 나는 갑자기 지옥 같은 허리 통증과 한쪽 눈으로만 살아야 하는가?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같은 만성질환이랑은 왜 싸워야 하는가? 술 때문에? 담배 때문에? 술 담배 죽을 때 까지 하고도 멀쩡하게 살다 죽는 사람 여럿 봤다.

이런 일들에 일관성이 없음을 볼때 나는 신의 개입을 의심해야 하는가? 아니면 자연법칙을 의심해야 하는가?

둘 다 일관성 없기는 마찬가지 이고 행복과 불행의 할당은 참으로 랜덤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불확실성과 일관성 없음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신께 매달리기만 할 수도, 자연 법칙만 맹신하며 살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저 그때그때 닥치는 일들을 수습하며 살 수밖에 없는 것인가? 아니면 모든 것을 대비하는 보험에 올인하며 살아야 하는가? 우리는 아무 것도 알 수 없다. 단지 불행이 닥쳐올 때 좀 더 나아지려고 애써야 할 뿐이고, 행복이 다가올 때 기뻐하며 충분히 누리고 나누며 살아야 할 뿐이다. 삶의 법칙 따위는 애초에 인간에게 알도록 허락된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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