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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륜의 종말

by Zarephath

둘을 깊은 키스를 나누고 있었다. 회사 비상계단에서 아무도 보지 못하는 곳을 찾아 깊은 키스를 나누고 있었다. 그러나 둘의 사랑은 그런 깊은 키스로도, 심지어 섹스로도 채워지지 않는 열정이 있었다.

‘우리는 언제까지 이렇게 만나야 돼?’ 그녀가 물었다.

‘조금만 참아줘, 기다려줘, 우리 얼마 안 남았잖아?’

‘그게 그렇게 쉬운 일이야? 자기 정말 자신 있어?’

‘물론이지, 내가 누굴 위해서 지금까지 참고 견디고 있는데, 다 너와 우리를 위해서잖아?’

‘정말이야, 그말? 우릴 위한다는거. 자길 위한 거 아니야?’

남자의 표정에 약간의 짜증이 번졌다. 그러자 여자는 손등으로 입술을 닦아냈다. 그리고 말했다.

‘그래, 기다릴게. 참을게, 우리가 당당히 팔장끼고 걷고 아침에 사무실에서 키스할 수 있을 때까지. 근데,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지는 마. 그렇게 위험한 일은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더욱 위험해 지는 법이야. 조심해.’

둘은 사내 커플이었다. 그런데 여자에게는 같은 직장에 남편이 있었다. 그와 그녀가 서로 사랑하게 되자 그녀는 그를 통해 남편을 쫓아내고 이혼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멀쩡히 직장생활을 잘 하고 있는 간부급 직원-그것도 직장상사-을 아무 이유 없이 쫓아낼 수는 없었다. 뭔가 일을 꾸며 꼼짝달싹 못하게 만든 후 징계성 해고를 꾸미는 수밖에 없었다.

회사는 회계법인이었다. 숫자 하나에 목숨이 왔다갔다 하는 곳이었다. 그는 자기 직장상사가 이중장부를 만들고 있는 것을 알아냈다. 그리고 그 이중장부의 숫자 하나하나의 내역까지 알아내서 그 정보를 기록해 두었다. 공금횡령에 배임이었다. 이제 조금만 증거를 모으면 일을 터뜨려 직장 상사를 징계성 해고 시킬 수가 있다. 동시에 이혼 사유도 되어 그들은 그들이 원하는 모든 것을 이룰 수가 있다. 드디어 증거를 다 모았다. 그는 회의 시간에 공식적으로 직장 상사의 범죄행위를 폭로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사 진들의 반응이 이상했다. 알고 보니 그 일의 머리는 이사 진들 이었고 직장상사는 그저 실무를 맡은 꼬리에 불과했다. 결국 징걔성 해고를 당한 사람은 그였고 그녀는 남편과 결혼생활을 계속 해야만 했다. 정말 미칠 노릇이었다. 얼굴에 기름기 좔좔 흐르고 배 튀어나온 저 남자와 도대체 얼마를 더 살아야 한단 말인가? 그는 퇴사 후 그녀를 찾아오지 않았다. 그가 저지른 일들에 그녀까지 끼어들게 하고 싶지 않았다. 더 이상 부담 주고 싶지 않은 그는 그녀를 떠나기로 했다. 그러나 그녀는 그럴 보낼 생각이 전혀 없었다,‘뭐라구? 나를 떠나? 그게 너 혼자 한 일이었니? 그리고 그 일이 실패했다고 나를 떠난다고? 내가 너한테 그것밖에 안되니?’‘그럼 이제 어떡해? 나 이 바닥에서 소문이 다 나서 취직도 안 돼.’‘취직이 안 되면 내가 먹여 살려. 너 정말 이럴 거야? 우리가 그것밖에 안 되는 사이였니? 난 더 이상 못참아. 하루도, 한시도 너 없인 안 돼. 우리,,, 그 사람 죽이자.’‘뭐라구?’그는 뒷목을 잡고 쓰러질 정도로 놀랐지만 그녀의 말이 진심임을 깨닫고 거부할 수 없음을 깨달았다.‘,,,어,,,어떻게 죽일 건데?‘’지난번엔 네가 했으니까 이번엔 내가 할게. 넌 그냥 도와줘.’

주말에 부부는 드라이브를 갔다. 남편 피곤할 거라는 이유로 아내가 운전을 했다. 슬슬 속도를 높여 가다가 남편이 안전벨트를 하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 자신은 안전벨트를 다시한번 확인한 후 조수석 쪽으로 전봇대를 들이받았다. 계획대로 되는 듯싶었다. 전봇대를 들이받는 순간 남편 쪽을 바라보니 안전벨트를 하고 있었고 남편은 아내의 안전벨트를 풀어버렸다. 아내는 뇌에 중상을 입고 거의 지체장애의 수준이 되어 침대에서 꼼짝할 수 없게 됐고 남편은 얼마간의 입원치료를 마치고 퇴원하게 됐다.

‘하하하 이 친구야, 내가 아무 것도 모를 줄 알았나? 나도 내 목숨 하나는 지키며 살 수 있는 사람이라고 하하하하’남편은 그를 마음껏 비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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