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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정

by Zarephath

여자: ‘우린 언제지 사랑하게 될까?’

남자: ’글쎄 아마도 영원히?’

여자: ‘설마, 세상에 영원이란 건 없어,우리도 언젠가 서로 시큰둥하거나 대판 싸우고. 헤어지거나 그럴걸?’

남자: “그런 일이 있다면 에 쪽이겠지. 난 널 영원히 사랑할 거야.’


새벽에 깨어나고선 두 남녀가 침대에서 나눈 대화이다. 과연 남자의 사랑은 영원하고 여자의 사랑은 유통기한이 있을까?

두 남녀는 어릴때 부터 알던 사이었다. 꼬맹이적 부터 같이 소꿉놀이를 하던 사이로 단 한번도 서로 떨어진 적이 없었다. 그래서 남자에게 다른 여자란 생각할 수도 없고 다른 여자를 생각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여자는 미모가 빼어난 외모였다. 추근대는 남자들이 워낙 많았기에 이 남자와 계속 관계를 맺어왔지만 다른 남자들과의 관계에도 항상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었다.

남자에게 여자는 여자 그 이상의 존재였지만 여자에게 남잔 사귀는 남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둘이 헤어진다면 그건 여자 쪽에 이유가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남자는 대학교 앞에서 작은 서점을 운영했다. 뭐 그리 잘되는 곳은 아니라도 대학교 수업교재 등을 팔아 그럭저럭 먹고 살만했다. 여자는 시장에서 과일 가게 점원을 했다. 딱 월급만큼 먹고 살았다. 둘이 그렇게 살아가면 중산층이 못되는 만큼 살 수 있었다. 남자는 그런 생활에 어느 정도 만족하고 안정된 생활에 적응하며 살아갔지만 여자는 어릴적 부터 받아 오던 미모에 대한 찬사 탓인지 항상 뭔가가 텅 빈 것 같고 가득 채우지 못한 무언가가 있다고 느꼈다. 그렇다고 여자에게 더 이상이 많은 기회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요즘 전통 시장을 드나드는 남자가 어디 있겠는가? 여자로서도 지금 이 생활에 만족하며 살아가는 것 밖에 달리 희망이 없었다. 그러던 중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동네 어느 부잣집 영감이 죽음을 앞두고 있는데, 죽을때까지 병간호를 해준다면 유산의 반을 주겠다는 제안이었다. 또 하나의 조건은 병간호를 하는 동안 다른 남자를 만나면 안된다는 것이었다. 아마도 시장을 오가며 그 여자를 눈여겨 봐 둔 모양이었다. 집의 재산을 대략 짐작하는 여자로서는 거절할 수가 없는 재산이었다. 뭔가 텅 비어있고 꽉 채우지 못한 그것을 채울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여자는 남자에게 그 얘기를 의논했다. 죽을 때가 다 된 노인 죽을때 까지만 잠깐 헤어져 있는 것인데 거절할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노인이 무슨 힘이 있어서 성관계 같은 것을 하겠나? 그러나 그의 대답은 ’안돼‘였다. 도대체 이유도 말해주지 않고 무작정 기분이 나쁘다는 이유로 안된다는 것이다. 이것이 나 혼자만을 위한 것이냐고, 우리 둘의 미래를 위한 것이 아니냐고 아무리 설득을 해도 남자는 요지부동 안된다는 것이다. 굳이 이유를 대라면 자기는 평생 여자라고는 이 여자밖에 바라보지 않았는데 어떤 이유를 대던 젊고 예쁜 여자를 죽기 전에 품어보겠다는 것이 뻔한제안을 왜 거절하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둘이 대판 싸웠다. 그리고 여자는 집을 나와 병간호 하는 집으로 들어갔다. 한 몇달만 버텨주면 그 노인은 죽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 노인은 쉽게 죽지 않았다. 일년이 가고 이년이 가도 건재했다. 치매끼가 있는 노인에게 유언장을 고치도록 유도해 보았다. 노인이 사망하는 즉시 유산의 전부를 여자에게 주는 것으로. 그러고 그 노인을 죽일 작정이었다. 유언장을 고치는 일은 간신히 해냈다. 정신이 오락가락할때 지장을 찍고 변호사 공증까지 받아 뒀다. 이제 그 노인을 죽이는 것이 문제였다. 삼년여만에 그 여자는 남자에게 나타났다. ’도와줘, 한번만 도와주면 우리 미래는 바뀔 수 있어‘ 그녀가 그 노인을 죽이면 시체를 처리해 달라는 것이었다. 병간호 삼년 만에 대략 약물에 대해서도 알게 됐다. 어느 약을 많이 먹이면 노인이 죽을지 알 수 있었다. 약물 검사를 하면 자기가 죽인 것이 탄로날 것 같기에 일단 약물로 죽이고 나면 강도 살인으로 위장해 달라는 것이었다. 이 남자는 남녀 관계만 아니면 이 여자의 부탁을 거절해 본 적이 없다.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둘의 미래 같은 것엔 관심고 없고 단지 그녀가 부탁을 했기에 그렇게 해 주기로 약속했다. 먼저 여자가 노인에게 약물을 과량 투여하여 죽였다. 이제 남자가 둔기 같은 것으로 노인을 내리치고 침대옆 같은 데 쓰러뜨려 놓았다. 계획은 성공적으로 끝나는 듯 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아버지를 빨리 죽이고 유산을 독차지하기 위한 아들의 계획이었다. 변호사 공증도 가짜였고 아무리 유산이 그렇다 해도 소송을 하면 유산의 대부분을 차지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남녀 둘의 미래는 교도소가 되었고 유산은 모두 그 아들에게 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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