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순수한 사랑과 야망의 불길

by Zarephath

‘우리는 왜 우리일까?’가난한 연인들이 서로에게 물었다.

‘자기는 전도유망한 명문대 생이고 나는 졸업하면 슈퍼모델이 되실 몸인데 왜 우리는 아직 우리들일까?’ 여자가 물었다.‘ 그건 나는 나이고 자기는 자기이기 때문이지.’누가 아니랄까봐 뻔 한 답을 내놓는 남자가 여자는 한없이 사랑스러웠다. ‘그래, 그래서 우리는 아직 우리들인가 봐’그렇게 서로를 향해 웃고는 여자는 남자를 위해 떡볶이를 만들었다. ‘자 이거 자기를 위해 특별히 오뎅까지 넣은 떡볶이야’‘음 맛있는데. 아주 최고야 최고.’ 그날 밤도 그들은 그렇게 간단하고 맛있는 저녁을 해먹고 잠자리에 들었다. 그들은 서로 소개팅에서 만났는데 아주 첫눈에 반해 버렸다고 한다. 그래서 조건이니 집안이니 그런거 따지지 않고 곧바로 동거를 시작했다.

남자는 말 그대로 전도 유망한 명문대 생으로 대기업 입사를 준비하고 있었고 여자는 어릴때 부터 꿈이 모델로서 남자가 졸업할때 즈음에 맞춰 모델 선발대회들에 출전해볼 생각이었다. 둘은 둘의 꿈을 존중했다. 상대가 뭘 하겠다고 한들 찬성하고 응원할 생각이었다. 그들은 그들의 꿈도 응원했지만 상대 그 자체를 사랑하고 아끼는 전형적인 순수한 커플이었다. 때가 왔고 남자가 취업할 시기가 왔는데 우연히도 그는 국내 최대의 패션회사에 취직했다. 극내에서 내로라는 모델들은 다 접촉하며 패션 사업을 하고 있었다. 같은 시기에 여자는 국내 최대의 수퍼모델 선발대회에서 당당히 1등으로 입상했다. 그리고 최 말단의 남자에게 맡겨진 첫 임무가 1등으로 입상한 모델을 만나 계약을 하는 일이었다. 회사 사무실에서 그 남자와 그녀는 마주 앉았다. 서로 키득거릴 새도 없이 일은 바쁘게 진행되었다. 모델이 아주 비싸지 않은 조건으로, 회사에서 제시한 조건 그대로 계약서에 도장을 찍으줬기 때문에 회사에서 신입사원인 그 남자에 대한 평판이 아주 좋아졌다. ‘아니 자네는 무슨 수로 수퍼모델 대회 1등을 한 모델에게 그런 조건으로 계약을 따올 수 있단 말인가?’ 둘의 관계를 전혀 모르는 회사 선배들은 하나같이 그의 능력을 칭찬하며 한마디씩 했다. 그런데 이상한 일들이 있었다. 회장의 술자리나 고급 접대 자리에는 그 회사 전속 모델이 참석한다는 것이다. 그런 자리에 가서 모델이 하는 일이 패션쇼는 아닐 테고 분명 술따르고 나체로 서비스를 한다거나 하는 일을 할 것이 분명하다. 그는 그녀에게 다그쳐 물었다. 도대체 그 자리에 가서 한 일이 무엇이냐고. 무선 일로 그런 자리엘 불려 나갔으며 거절하지 않았냐고. ‘이 순진한 아저씨, 세상 살이가 그런게 아니에요. 남자인 당신은 나와 계약만 잘해줘도 앞길이 탄탄대로가 되겠지만 여자가 출세하는게 어디 그리 쉬운 줄 알아요? 그냥 옆에 앉아서 술 몇잔 따르고 받아 마신게 전부이니깐 너무 흥분하지 마세요.’여자는 야망이 컸다. 일개 모델로 끝낼 생각은 추호고 없었다. 연예계로도 진출해 여배우까지 해 볼 참이었다. ‘안되, 술을 따르다니. 그것도 받아 마셔? 당장 그만둬. 거절하란 말이야.‘’그럼 계약 위반인데요? 아저씨 나 위약금 내 줄 돈 있어요? 진정해요. 그 이상은 절대 안할게.‘그렇게 약속은 했지만 야망을 향한 여자의 불길은 이미 활활 타올라 있었고, 남자는 여자의 눈빛에서 그것을 읽었다.

어느날, 회사의 이사가 유능한 신입사원을 데리고 좋은 데를 간다고 같이 간 적이 있다. 요정 같은 술집이었는데, 모든 여자가 나체로 서비스를 하고 있었다. 이사는 기분이 좋은지 연신 웃으며 이런 데를 신입사원을 데려올 정도로그의 능력을 인정한다는 말을 수차례 했다. 그리고 문이 열리고 나체의 여성이 접시를 들고 들어오는데,,, 그 여자는 바로 그녀였다. 순간 얼어붙은 두 사람,,, 남자는 자리를 박차고 나와 그대로 집으로 돌아와 버렸고 여자는 집으로 돌아오질 못했다. 그리고 그녀는 영원히 돌아오지 않았다.

10여년이 흐른 뒤 남자는 여전히 모델 계약 업무를 하고 있었으나 그녀를 만나지는 못했다. 아주 유명한 여배우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특별 패션쇼에 영화배우를 섭외하는 일이 생겼는데 그가 맡게 되었다. 그리고 10여년 만에 그는 그녀를 만날 수 있었다. ‘자,,,잘 지냈니?’‘으응’서로 어색하고 짧은 인사를 건내고 이내 헤어졌다. 남자는 벌개진 얼굴로 화장실로 향했고 여자는 썩 담담한 미소를 보이며 사라져 갔다. 이것이 그들의 마지막 만남이었다.

keyword
이전 08화함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