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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arephath Sep 19. 2024

나의 석류꽃에게

나는 너에게 상처를 준 적이 없다. 그러나 너는 나에게 눈빛 하다로도 심장을 찌르는 상처를 주곤 한다. 좋아한다고 고백한 것이 그렇게 짐승취급을 받을 일인가? 그게 그렇게 내가 널 도망 다녀야 할 이유인가? 언젠가부터 도서관에서 석류꽃 향기가 났다. 난 그 냄새의 근원을 찾던 중 그게 너에게서 풍기는 향기라는 걸 알았다. 그래서 난 그저 너에게서 향기가 난다고 말했을 뿐이다. 그게 그렇게 죽을죄인가? 그다음부터 한번 네 눈을 응시하는 것조차 금지되어 할 중죄인가? 난 네게서 석류꽃 향기가 난다고 말한 후부터 숨어 다녀야 했다. 혹시라도 너를 만나면 네 칼날 같은 눈빛이 내 심장을 찌르는 고통을 겪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난 네게 고백을 한 이후 숨어 다니며 도망 다니며 살아야 했다. 혹시라도 너를 만나면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평생을 도망 다녀도, 평생을 숨어 다녀도 그 보다 더 한 고통은 없을 일이 벌어졌다. 네가 네 향기를 다른 누군가에게 줘 버렸다더라. 난 그저 네 향기를 지켜주고 그 향기가 온 세상에 가득하기를 바랐을 뿐인데, 넌 네 꽃을 스스로 꺾어 그 향기를 단 한 사람에게 줬다더구나. 아! 난 정말 비참했다. 내가 지켜주고 온 세상을 채워주고 싶던 네 향기가 어느 한 사람의 것이 되고 말았다니, 난 더 이상 삶의 이유를 잃고 말았다. 너에게서 석류꽃 향기가 난다던 내 고백은 네게 쓰레기와 같은 것이었구나. 세상에서 가장 더럽고 불쾌한 것을 본 듯한 네 눈빛은 아직 날카로운 칼이 되어 내 심장을 찌르고 있다.

석류꽃이여! 그 한 사람마저 널 영원히 가지지 못하고 말았지. 널 그저 가지고 놀다 버릴 꽃송이 하나쯤으로 여겼던 그에게 넌 왜 네 향기를 바쳤던 것이냐? 난 널 가질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그저 이 꽃의 향기를 가능한 많은 사람에게 맡게 해 주고 세상을 네 향기로 가득 메우고 싶을 뿐이었다. 널 그렇게 지켜주고 싶었던 나는 영원히 너의 칼에 심장을 찔려 고통받고 있지만, 괜찮다, 그 고통이 네 향기를 기억나게 하기에.

얼마 전 너도 누군가 한 명의 꽃이 되어 그를 위해 행기를 풍기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행복하여라, 석류꽃이여 이 세상을 가득 매우진 못하더라도 너를 아는 네 주변의 사람들은 너의 향기를 맡으며 살 수 있을 터이니, 그것으로 네 행복의 향기가 더 진해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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