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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arephath Sep 21. 2024

김소위 복수기

그는 대통령의 경호원이다. 특수부대 출신으로 아프가니스탄에서도 미군과 같이 일하며 많은 전공을 세운 엘리트 장교였다. 그에게 대통령 경호원의 직책이 수여된 것은 그 혁혁한 공에 대한 마땅한 처사였으나 실제 김소위 자신은 크게 내키지 않았다. 전쟁터에서 작전에 따라 적을 제거하는 일은 적성에 맞았지만 남의 총알받이 역할은 영 적성에 맞지 않았다. 거의 일년 내내 별일 없는게 매일 매일일 뿐더러 몸을 움직이는 일이 없을 때에는 지겨워 죽을 것 같은 행정 업무에 시달려야 했다. 권총이 아닌 진짜 총을 잡아본 적이 얼마나 되었던가? 자신의 연발 기관총에 나가 떨어지던 적들의 모습이 아직 눈 앞에 선한데 양복이나 입고 폼잡고 돌아다니는 이 생활은 김소위의 삶이 아니었다.

어느날첩보가 들어왔다. 어느 반대파 정치인의 수하가 대통령을 암살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런 일에 꼭 내가 가야 하는지 의심스러웠으나 간만에 몸 좀 풀 일이 생긴 것 같아 나름 괜찮았다. 첩보에 의해 특정된 날짜와 장소에 삼엄한 경계가 이루어졌다. 사실 김소위기 이런 일에 그렇게 능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 주변 사람들을 검문하고 사방의 건물에 총기 소지자가 있는지 알아내고 수상한 사람은 구금해 두는 일이었다. 별 일이 없었다. 어느 미친 놈이 거짓말을 퍼뜨리고 다니는게 분명하다. 어느 정도 긴장을 풀고 경호를 하던 중 저쪽 어느 건물에서 반짝 하고 햇빛이 반사되는 것이 관찰됐다. 뭔가 수상한 것을 느낀 김소위는 직접 그 위치까지 갔다. 그것은 경호원을 빼돌리기 위한 함정이었고 김소위가 위치를 이탈한 사이 대통령을 향해 총격이 가해졌다. 대통령은 다치지 않았다. 다만 그 급박한 상황에 위치를 이탈한 책임을 물어 김소위는 하사관 급으로 강등되고 6개월 실형을 살게된다. 김소위는 불만이었다. 자신이 하고싶다고 해서 한 일도 아니고 전쟁터에서 잘 있는 자기를 억지로 데려다가 경호원을 시켜놓고 문제가 생기니 감옥소 생활까지 하라고 한다. 김소위는 복수심이 생겼다. 출소 후 이 앙갚음을 어떻게 해줄까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그는 자신이 대통령을 암살하기로 했다. 누굴 지키는 일에는 소질이 없어도 암살이나 전투에는 귀신같은 능력을 발휘하는 김소위 아니던가?

만기 출소 후 김소위는 사직서를 냈다. 모든 상사들이 말렸다.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하기에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된 일인데 이거 너무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것 아니냐며 원 계급으로의 복직과 원하는 보직에 배치해 줄 것을 약속했다. 그러나 이미 마음을 굳힌 김소위는 사직서를 던지고 청와대를 나왔다.

먼저 용병으로 활동중인 친구들을 찾아가 그 간의 일을 설명하고 총을 구해줄 것을 부탁했다. 친구들은 걱정을 하면서도 목숨을 같이한 전우의 부탁을 거절하지 않았다. 총을 가방 두개에 가득히 싫은 김소위는 어느 날 경호 교대시간을 틈타 청와대를 침입했다. 침입한 후 잔챙이들 부터 고위급까지 처치하기 시작한 김소위는 모든 경호망을 뚫고 마침내 대통령과 마주하게 된다. 그는 더 이상의 희망이 없음을 직감적으로 깨닫게 되고 여기서 대통령을 죽인다 해도 결국 자신은 잡힐 것이고 사형에 처해질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그는 마지막 남은 총알 한발을 자신의 입에 물고 방아쇠를 잡아 당겼다. 다음날 신문에는 북괴의 공작으로 청와대에 침입이 있었다는 기사가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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