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오늘도 오징어 다리를 뜯으며 소주를 들이키고 있다. 그녀는 경찰시험을 준비중이다. 벌써6년째 도전 중이지만 경찰은 그녀를 원하지 않았다. ‘학교도 경찰행정학과를 나와서 딴 거는 아는 거라곤 쥐뿔도 없는 나를 국가에서는 왜 외면하는 것일까?’ 오늘도 이런 한탄을 하며 오징어 다리를 뜯으며 소주를 마시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매일 저녁 소주를 마시는 사람이 어떻게 시험에 붙을 수 있을 것인가? 하지만 그녀는 매일 공부하는 피로를 저녁에 소주로 풀지 않으면 다음날 공부가 안된다. 그래서 매일 저녁 소주를 마시고 다음날 오전에는 숙취에 시달리다 공부를 조금 하는 흉내를 내며 다시 소주를 마시는, 경찰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은 이상하게도 오징어 다리가 한개 모자랐다. 9개밖에 없다. 이건 중대한 범죄행위해 해당하는 것으로 당장 동네 구멍가계에 항의를 했다. 오징어 다리를 하나 더 주던지 경찰서에 가자고 윽박질렀다. 하도 어이가 없는 구멍가게 주인은 그냥 오징어 다리 한세트을 줘 버렸다. 재수! 그녀는 오징어 다리도 더 생긴 김에 소주를 한병 더 샀다. 오늘 저녁은 풍성한 오징어다리와 소주를 두병이나 마실 수 있는 것이고 내일은 공부를 더 열심히 할 것이다. 걔획대로 다음날 오전은 숙취로 잃아 누웠다가 일어나 앉아 공부를 시작했다. 곧 저녁 먹을 시간이다. 김치찌개를 끓이고 오징오다리에 소주를 준비했다. 마침내 피로-숙취-가 풀린 그녀는 오늘의 학습량에 만족하며 잠자리에 들었다. 그녀의 이런 매일매일의 생활을 지켜보는 이가 있었다. 같은 원룸 옆집에 사는 총각인데 공시생이었다. 그 청년은 궁금했다. 어떻게 매일 매일 술병이 문 밖에 나오는 사람이 경찰시험을 준비한단 말인가? 목숨걸고 공부만 해도 붙을까 말까한 것이 국가시험인데, 다른 것도 아닌 경찰 시험을 저런 식으로 준비한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옆집에 산다고 말한마디 섞어보지 않은 사이에 어줍잖은 충고를 할 수도 없다. 그냥 매일 아침 문 밖에 버려 놓은 소주병이 거슬릴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원룸 어느 방에 강도가 들었다. 다들 경찰에 신고만 하고 문 꼭꼭 걸어잠그고 숨어있는 마당에 갑자기 그녀가 나타났다. 손에 목검을 들고. 그녀는 단숨에 그를 제압해서 경찰에 넘겼다. 아~ 믿는 구석이 있어서 저런는 거였구나. 그녀는 검도5단이었다. 무도특채에 표창장까지 해서 결국 경찰이 되었다. 그 청년은 생각했다.아! 나만 잘하면 되는 거구나. 살다보면 다른 사람이 참 한심하게 보일 때가 있다. 그러나 다 믿는 구석이 있어서 그러는 경우가 많다. 그녀는 신입순경으로 채용되어 신나게 경찰 일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