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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ddhi kim May 18. 2021

영화 <비와 당신의 이야기>를 보고

삶의 가치란…

조 진모 감독의 영화 <비와 당신의 이야기>는 내게 오랜만에 슬로우 푸드를 먹은 느낌을 주었다. 그것도 뭔가 아주 귀한 재료를 슬로우로 정성스레 잘 만든 음식을 먹은 느낌. 참으로 귀한 가치를 각성시키는 영화!


이 좋은 영화를 집 근처 작은 영화관에서 관객 1인으로 본 게 넘 미안하고 아까워서 극장문을 나설 때는 왜 이리 사람이 없냐고 괜실히 투덜 거리기까지 했다.


이 영화에서 필자가 주목하는 바는 주인공 영호와 그 형의 대비점에 더 초점이 가 있다. 강하늘이 분한 영호와 임주환이 분한 그의 형 성향의 대비점을 보면서 감독은 적나라하게 현대인 삶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건 아닐까.


주인공 영호는 초등학교때 운동회에서 느꼈던 소중한 감정을 잊지 않고 간직하며 성인이 되어서도 그 감정이 이어져 그녀에게 편지를 보내고 또한 그녀에게 보낼 가죽 소품들을 만들면서, 그 자체가 직업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감정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자신의 감정에 충실한 영호는 늘 자신과 마주하는 모습에서 관객은 일종의 위안을 받으며 잊었던 뭔가를 끄집어 내게 된다. 


반면, 공부 잘해 좋은 대학을 나오고 서울에 살고 있는 그 형은 대학 삼수생인 동생을 늘 못마땅해 하고, 지방도시 공방에서 평생을 가죽제품 만드는 일에 숙련된 장인인 그의 아버지도 못마땅해 한다. 좀 더 크고 넓은 도시에서 폼나게 일해야 한다는게 그의 주장이다. 뭔가 번드르르 해야 직성이 풀리는 듯한 형을 보면서 필자는 그의 마음속에는 ‘사람이 없구나’ 라는 한 마디가 나온다. 그의 아버지와 동생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살며  일하는가 하는 인간적이고 정서적인 감정의 교류 따위는 전혀 안중에도 없다. 그 형에게는 그가 생각하는 세상의 표준에 부합하지 않는 삶을 살고 있는 아버지와 동생이 그저 답답할 뿐이다.  

     

어쩌면 우리 주위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형 같은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 그런 부류의 사람들은 내 이웃이 무슨 생각으로 살아가고 있나 어떤 가치를 추구 하고  있나 하는 점은 전혀 관심이 없다. 그저 외부에 어떤 모습으로 비춰지는가 만 중요할 뿐이다. 이런 사람들은 자칫 우리의 이웃을 ‘도구’로 만 보기 쉽다. 정말 무섭고 끔찍한 일이다. 


이웃을 ‘도구’ 로만 보게 되면 상대는 오로지 내 ‘도구’여야 한다. 상대는 내가 돈이 필요하면 주어야 하는 자이거나 성의 대상이어야 한다 거나 승진의 기회를 보장해 주는 자 이거나 아님 자신의 미래를 위해 큰 이익을 보장해 주는 자 이어야만 한다. 그 이외에 것에는 관심이 없다. 그렇게 되면 이웃이 사람이 아니다. 그냥 ‘도구’ 일 뿐이다. 어쩌면 우리 사회가 끔찍한 뉴스들로 넘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 그들에게는 사람이 소중한 가치를 지닌, 하나의 인격체로 여겨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에게는 상대가, 내가 바쁘면 넌 비켜야 하고 내가 돈이 필요하면 넌 주어야 하고 내가 욕망이 솟구치면 넌 응해야 하는 그저 도구 일 뿐이다. 그 관계가 부모 자식 같은 혈연이나 가족이라 할지라도 상대가 사람이 아닌 ‘도구’ 라는 건 변함이 없다. 심지어 부모와 가족이라 할지라도 내 울타리로서 버젓한 역할이 미흡하다고 여기면 가차없이 버릴 수도 있다. 


영화의 엔딩 부분에는 통쾌한 반전이 전개된다. 1인 관객인지라 마음 놓고 박수를 보내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생인 영호가 마주하고자 했던 충직한 감정의 흐름을 쫒아 다녔던 일은 결코 손상이 가거나 변화가 있을 수 없다는 거였다.  


인생의 가치는 잘살고 못사는, 아니 얼마 만큼을 가졌는가 아닌가 하는 잣대가 아니라 누구에게나 추구 하고픈 감정의 진실을 찾아 나서면서 그 추적이 얼마나 강하고 끈질기게 지속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지 않을 까. 거기에 목표까지 도달할 수 있다면 더 할 수 없이 좋겠지만 안되면 어떠랴. 소중한건 그의 가치 추구 작업은 멈추지 않고 계속 갔었다는 그의 스토리가 더 없이 소중한게 아닐까. 


그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이 되든지 상관이 없다. 예컨대, 가족의 안위가 가장 중요한 가치라고 여기는 가장이라면 그 가족 구성원 모두와 반듯이 인간적인 이해와 정서적인 교류가 전제 되어야만 그 가치는 빛 날것이며 그 가족은 나중에라도 기억할 것이다. 돈만 벌어다 주는 가장은 그 효용가치가 떨어지면 곧 잊혀지게 되기 때문이다.   

어차피 한번은 죽게 마련인 인생인데 각자가 어떤 스토리를 남길 수 있는가가 최상의 가치가 아닐까. 재물도 명예도 죽음이후에는 모두 사라지고 한 개인의 역사는 그가 살아왔던 스토리만 남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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