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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ddhi kim Apr 16. 2021

세월호를 바라보는 또 다른 마음

우리 모두 다리 뻗고 편하게 잘 수 있기를..

올해가 벌써 세월호 7주기 다. 

대통령이었던 박근혜가 울먹이면서 사과하던 담화를 출근하며 차안에서 듣던 나는 그만 울컥하며 눈물이 고여 운전대 앞이 뿌옇게 보였던 것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때는 가슴 아프지만 사후 처리가 제대로 될 것이라는 걸 추호도 의심하지 않았다. 최고 책임자가 저렇게 눈물까지 보이는데 누가 그런 의심을 할 수 있을까.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숫한 시간동안 국민의 생명을 책임져야할 정부는 이리저리 피해 다니며 온갖 훼방까지 한다는 소식들을 접하면서 그만 가슴이 무너져왔다. 거기다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정부의 그런 태도에 동조하며 더욱 그악스런 행위들을 해대고 있었는지 차마  옮기기도 힘든 표현들을 해대는 그들에게 수없이 묻고 싶었다. 만일 그 세월호에 당신들 자식들이 타고 있었다면, 그래도 그렇게 잔악한 언동들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이즈음 이웃과 산책하는 길에 세월호 이야기가 나오자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당시에 그렇게 시끄러웠으면 되었지 이제 또 뭘 하자는 건지……”심기가 불편한 기색이 역력한 그녀의 말을 들으면서 또 마음 한 구석이 미어진다. 이건 아니지 않나.


우리는 위안부 문제로 일본의 사과를 지금도 요구하고 있다. 왜? 피해 당사자들의 마음에 여전히 한의 응어리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독일은 과거 나치가 저질렀던 만행을 끊임없이 사과하고 반성하며 “사과는 피해자가 충분하다고 느낄 때까지 이뤄져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그 당시 있었던 만행의 가해자를 지금도 찾아내 80이 넘는 나이임에도 징역형을 선고하며 죄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하고 있다. 그리고는 생존자에게 매달 수백 유로의 생존지원금을 지급하는 독일에게 폴란드도 이스라엘 총리도 감사 인사까지 한다. 독일은 왜 그래야만 하는가. 피해 당사자에 대한 보상의 길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목숨을 달리한 사람들을 되 돌릴 수는 없지만 적어도 가족을 잃은 슬픔에 대한 위로와 억울한 한을 풀어 주기 위함이다.  가해자가 국가 건 개인이건 피해자에게 조금이라도 억울한 응어리가 남아 있다면 가해자는 충분히 풀어줄 의무와 책임이 있지 않은가. 그 의무와 책임이 국가라는 막강한 권력의 단위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독일의 경우처럼 피해당사자들이 이제 되었으니 그만해도 된다 할 때까지 해도해도 모자람이 없는 것이 국가의 의무와 책임이다.    

     

왜 그래야만 하는가? 

당시 박근혜정부가 그렇게 잘 처리 하겠노라고 공언까지 했으면서도 하지 않았던 것, 그리고는 탄핵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들을 보고 사람들은 최순실이라는 실체가 드러나서 그리 되었다고 믿고 있겠지만 필자는 달리 보고 있다.


옛말에 마을 이장만 하려해도 운이 따라야 한다고 한다. 운(運)이란 하늘이나 천지의 좋은 기운으로 행운을 의미하며 보이지 않는 세계로부터의 도움을 의미한다. 동양적인 표현으로는 음계(陰界)로 부터의 도움이다. 천운이라고도 한다. 문제는 이장만 하려해도 그런 운이 상응해주지 않으면 안되는데 하물며 한 나라의 대통령이면 오죽하랴. 그래서 예로부터 나라 임금은 하늘이 낸다는 말이 있다. 나라를 다스리는 자는 하늘로부터의 낙점이 없으면 불가능하다는 말이 된다. 그런데 그 명을 어겼다면 어찌 될 것인가. 당연히 그에 합당한 엄벌을 받게 되는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 박근혜 탄핵을 보면서 필자가 떠올렸던 단어가 그 ‘엄벌’ 이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세월호 참사는 반듯이 진상규명 하겠노라고 했으며 검찰총장에 임명된 윤석열도 꼭 그렇게 하겠노라고 했다. 필자는 그런 약속들을 바람이 스쳐가듯 마음 한 켠에 저장했는지 모른다. 다시 몇 년의 세월이 지나 나온 진상 규명이라는게 모두 혐의 없음 무죄라는 뉴스를 접하고는 다시 무너지는 느낌이었다. ‘이러면 안되는데’ 라는 절규가 절로 터져 나온다. 여전히 세월호 유가족들은 오늘도 진실규명을 외치며 길거리에 서있어야 하고 가슴에 응어리진 한은 7년의 시간을 겪으면서 더욱 단단하게 심장 한가운데 뭉쳐 있으니 어찌 우리가 편안할 수 있을까. 그 참사의 시간을 함께 뉴스를 통해서 바라봐야 했던 우리도 이렇게 결과에 참담하다고 느끼는데  말이다.    


세월호 참사규명에 관해서 만큼은 직무유기했던 전 검찰 총장 윤석열을 보고 누군가는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한다. 별의 순간을 잡는 일은 유권자들의 지지도만 가지고는 절대 안된다는 걸 모르고 하는 말이다. 거기에는 반듯이 음계로부터의 은혜로운 지원이 없이는 아무것도 이룰 수가 없는 것이다. 말하자면 음계로부터의 도움, 천운이 따라 주어야 그 잡은 별이 빛을 발할 수 있는 것이다. 윤석열이 2017년 7월 중앙지검장에 오르고 사석에서 했다는 말, “어린 학생 수백 명이 영문도 모른 채 죽었는데, 저 사건의 원인과 책임자를 규명하지 않고는 다른 사건 수사를 할 수가 없다.” 을 보는 순간, 필자는 그가 참으로 든든한 ‘정의의 사도’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이제 뭐가 되겠구나. 그러나 몇 년이 흘러도 감감무소식이다가 다시 2019년 11월 검찰총장 자리에 오른 그가 다시 세월호 특별수사단 구성을 발표한다. 그럼 그렇지. 근데 그게 또 유야 무야 되고 만 것이다. 이럴 경우 그가 별의 순간을 잡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그 억울한 젊은 청춘의 영혼들과 유가족의 응어리진 마음을 풀어 주지 않고서는 그 누구도 밝은 앞날이 보장 될 수 없다는 것을 역사를 통해서 익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1년 임기가 남은 촛불 정부는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다시 진상규명에 나서야한다. 그래야 나라가 잘 되고 국민이 다리 뻗고 잘 수 있으며 대한민국의 멋진 미래가 열릴 것이다. 내 이웃이 저렇게 응어리진 가슴을 안고 살아가고 있는데 어찌 혼자만 편하게 다리 뻗을 수 있겠으며 나라가 잘 되길 바랄 수 있겠는가.                    <이 글은 4월 15일 자 한겨레 칼럼에 실린 원고의 원본임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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