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성 감각(somatic sense)을 키워라(2)
지난 글을 보고 한 지인은 내용이 너무 저항적(?)인 게 아닌가 하는 조심스러운 우려를 전한다. 그의 저항적이라는 의미는 늘 익숙한 기존 질서를 왜 격렬하게 비판하는가 하는 뜻일 게다. 그 기존 질서란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과학과 인문학의 엄연한 구분, 감히 내 영역을 넘볼 수 없다는 뜻으로 필자에게는 읽혔다. 갑자기 허탈감이 온몸을 조여 오는 듯한 느낌이 들면서 과연 내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체성 감각을 설명하고픈데 이론에는 나와있지 않는 체성 감각을 과연 내가 설명한다 한들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상한 사람이 이상한 말을 해대고 있다는 말 밖에 무슨 이야기를 더 들을 수 있을까? 회의감이 구름처럼 몰려오며 문득 좌절감 마저 든다.
넷플릭스의 <휴먼>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보고 시작된 용기로 짜릿한 즐거움까지 느끼며 본격적으로 시작된 설명이 카라의 <감각의 미래>를 접하면서 뿌듯함까지 느끼고 신나서 나열했던 설명들이 과연 무슨 의미를 가질 수 있는가 하는 근본적인 의구심과 회의를 지울 수가 없다.
필자의 체험으로 볼 때 인간의 몸이 얼마나 신비한가 하는 것을 “인간의 몸은 마치 악기와 같다”라고 저서에서 표현했었다. 오감뿐 아니라 근육 잇몸 귀 그리고 내부 장기까지 온몸이 마치 악기처럼 온갖 느낌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우리가 감각을 느끼는 경로가 두 가지인데 하나는 뇌의 시상을 통해 감각 피질로 또 하나는 척수를 통해 뇌의 감각수용체로 간다고 설명하지만 문제는 내장 깊은 곳까지 어디나 집중만 하면 느끼고 알 수 있다는, 그래서 인간의 몸은 마치 능력 있는 연주자가 악기를 불기만 하면 혹은 타기만 하면 모든 소리를 다 낼 수 있는 것처럼 인간의 감각도 그럴 수 있다는 필자의 이 경험은 과연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설명한다고 한들 뭐가 달라질 수 있을 것인가.
2002년 급성호흡기증후군, 일명 사스라는 전염병이 전 세계적으로 크게 유행했었다. 당시 해마다 가던 학과 행사인 2박 3일의 학술답사나 중고등학생 수학여행을 비롯한 모든 단체 활동이 취소되던 엄중한 시기에, 뉴스에서는 미국에서 들여온 백신이 다 소진되어 더 이상 구할 수 없다고 한다. 발을 동동 구르던 당국이 새로운 백신을 개발했다는 뉴스가 나왔다. 당시 필자는 그 백신을 스크린 해보고 문득 위험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 느낌은 그냥 막연하게 불안한 그런 느낌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몸에서 신호를 느낀다. 몸에 해로운 물질이나 죽은 사람을 스크린 할 때 오는 느낌은 오른쪽 배가 막히고 찬 느낌으로 온다. 그것은 대상을 직접 보거나 만지지 않아도 그 이름만 들으면 알 수 있다. 그때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데 걸리는 시간은 고작 몇 초 정도이다. 당시 한국에서 새로 개발했다는 사스의 백신 이름을 듣고 위험 신호를 느꼈다. 맞으면 안 되겠는데…. 그러다 며칠 뒤 뉴스가 계속 나온다. 그 백신을 맞고 사망했다는 뉴스였다. 한 명 두 명 그리고 세 명… 결국에는 그 백신을 폐기했다는 소식까지 들렸다. 필자의 기억은 그때 뉴스를 보고 내 예측이 맞았다는 놀라움으로 소름이 돋았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렇다면 필자의 이런 감각 현상을 어떻게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가? 필자 자신은 이 감각 현상을 객관적, 과학적으로 설명하지는 못한다. 왜? 그런 것을 과학적으로 실험할 기재도 또한 그 기재를 활용할 방법도 모르기 때문이다.
하나의 예를 더 들어 보자. 몇 년 전에 오가피가 크게 유행하던 때가 있었다. 어찌 된 연유인지 오가피가 몸에 좋다는 상품 광고가 텔레비전 홈쇼핑 여기저기 채널에서 갑자기 앞다투어 오가피로 만든 제품들 판매가 한창이었다. 그때 방송을 본 필자는 저건 아닌데, 먹으면 안 될 것 같다는 말을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며 불안하게 지켜봤다. 불티 나게 팔리며 완판을 외치는 모습을 보는 일은 거의 열흘 정도 지속된 거 같다. 그러다가 갑자기 홈쇼핑 광고가 사라지더니 그 오가피들이 뉴스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 오가피를 복용한 사람들의 부작용이 뉴스를 타며 환불 소동 내지 고소 사건으로까지 이어졌다는 소식이다. 물론 오가피는 몸에 좋은 성분이 있다. 문제는 오가피 재배에서 오는 문제 (주로 농약이지만 ), 제품을 만들 때 섞어 만든 그 무언가가 나쁜 성분(과도한 방부제 함유)이라면 그 오가피 제품은 먹어서는 안 되는 상품이 되는 것이다. 당시 아마도 오가피가 몸에 좋다는, 소위 “~카더라”라는 입소문 때문에 그런 열풍이 불었던 것 같다.
그 오가피를 먹어 보지 않고도 상품의 독성을 알 수 있었던 것을 필자가 어떻게 객관적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인가. 그저 몸에서 느낀 다는 것 이외엔 더 이상 설명이 불가능하다.
필자가 간절히 원하는 바는 이런 체험의 결과물들을 과학적인 데이터를 사용할 줄 아는 사람들로부터 함께 실험해 보자는 이야기를 듣는 것이다. 그래야만 한 사람의 일탈? 스런 현상이 어쩌면 우리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쓰일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었을 때 필자가 학수고대하던 한 개인의 경험을 과학적으로 개발할 수 있다면 모든 사람에게도 혜택이 돌아갈 날이 올 수도 있지 않을 까. 사과가 떨어지는 것은 만유인력 때문이라는 한 사람의 통찰력이, 또한 당시 미친 사람으로 취급받던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들이 오늘날 온 인류의 삶에 한 줄기 몫으로 자리매김했듯이 말이다.
2022년도 저물어 가고 있다. 대혼돈의 2022년이 지나고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한다. 새해 계묘년, 2023년은 부디 정치적으로는 위정자들이 좀 더 국민 편으로 한걸음 다가와 생각해주는 한 해가 되고, 사회적으로는 남을 더 배려해 줄 수도 있는 여유로운 한 해였으면 한다. 그리고 개인들은 누구나 한 가지 소원쯤은 성취되시는 한 해가 되었으면 참 좋겠다. 간절하게 두 손 모아 기원드린다.
끝으로, 결코 소화하기 쉽지 않은 난해? 한 글들을 꾸준히 추적해오며 함께 해 오신 독자 여러분께도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