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희도지도교수에게 논문 점검받는날이면희망과긴장이교차되는감정을느끼며타자로친내용물을들고연구실로찾아간다. 이교차감정이란준희가작성한내용을지도교수가흔쾌히수락할것인가아니면퇴짜를놓을것인가에대한우려다.
지도교수는학과교수회의에서정해지는데준희의지도교수는카스트가크샤트리아에속하는분으로깐깐한전형적인학자타입이었다. 학과교수중에한분은정말성자같은교수님이계셨는데산스크리트와파리어 등 고전원어를강의시간이면교재도 없이줄줄인용하며설명해서모든학생들이감탄하며존경하는분이셨다. 항상인도전통의상을걸치시고브라흐만계급에깨달음을얻은성자같은멋진분이셨다.
어느 날, 그 교수님은 강의 중에 지혜라는 의미에 대해 설명하면서 준희에게지혜라는뜻의인도이름쁘라갸를지어주었다. 이후로는준희를쁘라갸라고부르곤하셨다. 내심으로준희는그분이지도교수였으면얼마나좋았을까했었다. 반면에준희의지도교수는인도스타일의양복을입고다니는점잖은서구 타입이었다. 한번씩논문점검을받으러집으로오라고도했는데, 가면짜이와함께맛난간식을얻어먹을수있었다.
어느덧인도에온지한해가지나가고 1984년이되었다. 영어강의도 이제는 별문제 없이 따라가며, 고전어자격증과정도열심히다니면서 자신감이 붙고, 요구르트덕분에건강도문제없고논문도열심히격주로깐깐한지도를받으며서서히인도생활에익숙해져갔다.
일본인들은절대로속내를드러내지않아친한친구로발전하기어렵다는것을느꼈다. 인도에 온 지 2년이 넘었다는데도 영어가몹시서투른그녀는 단정한 단발에뽀얀얼굴로혼자서만다녔고일본의맛난라면을거의매일끓여먹는듯했다. 그럴수밖에없을것같다. 인도음식을잘못먹는것은그녀도당연할 테니말이다. 준희가요구르트만들어먹는방법을대체음식으로택했다면그녀는라면으로대신하는듯했다.
그늘이있고나무가우거진곳에는으레원숭이들이함께산다. 그들은여기저기건물사이로옮겨다니며과일이나채소를훔쳐먹는다. 우리식으로는훔쳐먹는다는표현이어울리는데그들은가져다먹는다로말한다. 왜냐하면원숭이나소는인도전통종교인힌두교에따르면모두신의화신이기때문이다. 말하자면, 신이 원숭이나 소로 환생한 것으로 본다.
그러므로 그런신의화신인원숭이나소에게화를내거나때리는일은상상도할수없다. 한번은기숙사주방창고에원숭이가들어와당근을들고나가는것을목격한기숙사주방셰프가원숭이의뒷모습을보면서합장하고기도하는모습을보았다. 그 경건한? 광경은몇십년이흐른뒤에도준희에게사진처럼남아있다.
그래도준희는감사인사를깍듯하게하는것을잊지않았다. 적어도그런경지에그가정말도달했다면그자체가훌륭하다. 그결실을얻도록그가겪어왔을지난한인내와꾸준한학습의피나는노력이아닌가말이다. 그것만해도존경을표하기에충분하고도남는다고생각했다. 누구나한생을살아가면서한가지일에몰두하여목표한결실을만들어낸다는것은경의를표해야한다. 그것이뭐가되었건남을해치지않는것이라면인간만이 해낼 수 있는 인간승리가아닐수없기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