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만성 췌장염이 도져
3개월 만에 다시 또 병원을 찾았다.
ERCP시술로 위 내시경으로 췌장 안에 있던 결석을 제거한 지 3개월만 이다.
술은 마시면 안 된다고 신신 당부 했는데
퇴원 후 보름도 지나지 않아
술을 붙인 것 같다. 보름 전 갑자기
토하고 통증이 나고 해서
지방병원에서 보이고는
급히 항주에 오셔서 대학 부속 병원에서 병을 보인 것이다.
조금씩 마셨다고는 하지만
의사 말대로면 6월에 제거할 수 있었던
췌장 속에 남겨 둔 호스도 3개월 연장하여 9월이 되어야
제거가능 하다고 한다.
만성 췌장염이 더 심해지면
토하게 되고 위가 아프고
뒷잔등이 땡겨난다.
그리고 더 심해지면 암으로 번질 수도 있다.
최소 6월까지는 금주해주고
아주 가끔 한 달에 한두 잔 정도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던 나지만
전신 마취로 시술을 받고
보름도 지나지 않아 다시 술을 입에
댔다고 하니 슬슬 짜증이 올라온다.
그럼에도 앞에선 내색할 수 없다.
4개월을 왜 참지 못하고 6개월만 조심하고 그 후부터는 조금씩 마셔도 뭐라 안 할 생각이었는데.
어린애처럼 고집만 세져간다.
노후대책 다 되어 있고 이젠
몸만 잘 챙기시면 되는데
한숨도 쉬지를 못하신다.
하루 종일 일을 찾아 다니고 밭일 하고
땔감 준비하고 낚시하고 산나물 뜯고
쉬는것에 적을을 못하신다.
유튜브도 별로 보지 않는다.
유일한 오락이 장기 티브이를 보는 것이다.
오늘 오전 병원에서 95세 정도 되어 보이는 노인을 봤다.
아들이 밀고 있는 휠체어에 앉아 있는 모습
살은 다 빠져서 뼈만 앙상하게 남아 있는
모습
나도 이제 50년 더 살게 되면
저 모습일까
그때까지 살 수 있을까
그때까지 사는 게 행복일까.
내 부모님도 그때까지 사시겠지
엄마는 충분히 가능하실 것 같다
외할머니가 94세임에도 정정하게
살고 계시니까.
아직 70대도 안된 엄마는 큰 이상 없으면
아무 걱정이 없을 것 같다.
엄마가 90대면 나도 70대인데
아주 먼 훗날 일 같기도 하지만
너무 먼 훗날 일 같지 않기도 하다.
내일과 마지막날이 어느 것이 먼저 다가올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고도 했는데
노후자금 해결 안 된 상태에서 오래 사는 건
비극이겠지만
잘 된 상태라 해도 20년 후는 예상이 잘 안 된다
너무 먼 미래를 미리 걱정하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75까지 이든 80까지 이든
건강하게 살다가 잠결에 다음 생으로
떠날 수 있었으면 그것도 행복한 일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내 팔을 꼬집어 봤다.
아직은 탱탱한 살 언젠가는 쭈글쭈글
쪼글쪼글 해지겠지
내 미래 계획에 대해서도 수정이 필요한
시점이 온 것 같다.
어제까지는 소송 후에도 받지 못한
2억 넘는 돈을 어떻게 받아낼 수 있을까
그 생각뿐이었는데.
어제까지는 4년 전 그 불행이 시작된
그날부터 있었던 일들을 줄거리들을
적어 정리해두고 있었는데.
갑자기 모든 일들이 허무하게 느껴진다.
나한테는 엄청 중요한 사건
다른 사람들에게는 조금의 흥미진진한 사건
읽게 되면 저런 한심한 놈 봤나
하는 비웃음을 당할 수도 있는 일을
굳이 글로 세상에 알려야 할까
하는 생각과 함께
사건 발생 초기에 내가 정확히
대처했었다라면 그 후의 수많은 사건 사고는 없었을 텐데
추가 피해자들도 없었을 텐데 하는 생각과 함께
다시 현실로 돌아와
그 모든 일들보다 아버지를 설복시켜
당분간 최소한 6개월은 술을 금주하도록
만드는 게 제일 중요한 일이란 생각이 든다.
어느 것 하나 쉬운 일 없다.
이제 부모님들이 편찮기 시작하면 더 많은 시간을
부모님께 써야 할 텐데
그전에 많은 일들을 이뤄내야 할 텐데
또 조바심도 든다.
한국이든 중국이든 일반인들 세상살이
다 힘들다.
거창한 구호들보다 내 가족의 안녕이
내겐 제일 중요한 일이다.
가족 중 누구도 아프지 않은 것이야말로
최고로 복 받은 일이라 생각된다.
인생 참 어렵다.
그럼에도 살아내야 한다.
힘들어도 하루
즐거워도 하루
건강은 건강할 때 챙겨야 한다는 말
다시 깊이 생각해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