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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과 여행

by 수호천사

꽃은

나비를 위해 피는 것도

꿀벌을 위해 피는 것도

아니다.

피고보니

나비와 꿀벌이 찾아와

속삭여 주고

만져주고

꽃가루를 뭍혀주고

뭍혀가고 있었다.

그리고 밤새 스며든 꿀을 빨아갔다


꽃은

운명이라 생각하고

받아 줬을 뿐이다.

익숙해져 좀 더 머물러 주기를 바라자

꿀을 다 빨아먹은 꿀벌은

더이상 날아 오지 않았다.


그렇게 그 해 여름은 지나갔고

꽃은 지고

꽃씨는 바람에 날려

구중천에 날아 올라 하늘 나라

여행을 마치고는

새로운 꽃을 피우기 위한

동면에 들어 갔다.


꽃씨가 수많은 우연끝에

꽃으로 피어난것이 우연이듯

우리가 그 꽃을 만나게 된것

역시 우연이니라.


우연은 우연으로

끝날때

모종의 의미가 있다.

그날 꺽고싶은 충동을

억누르고 끝내 그 꽃을

꺽지 아니하였다.


난 그 꽃에게 있어서

신일까

아니면 악마 였을까.


난 신이 되고픈걸까

악마가 되고픈걸까

아니면 난 그 무엇도 될수 있는 존재 일까

이 모든것이 내 의식이 만든 환영일까



오랜 세월 용케 잘 피어왔다.

날 멀리 날려보내려던 이들이

결국은 자신들이 나락 갔다.


가시없는 꽃은 쉽게 꺾인다.

가시있는 꽃은 항상 외롭다.

꺾이는 대신 나는

외로움을 택했다.


이제

외로움이 절정에 다달아

먼 여행을 떠나려 한다.


하늬바람

불어오면 망설임 없이

떠나리라.

저기 저 민들레 씨처럼

낙하산 하나만 등에 지고

정처 없이 목적없이 떠나 보리라

그 길에 후회는 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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