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만에 상해에 간다.

by 수호천사

오래만에 상해에 간다.

거의 삼 개월 넘게 한 번도 안 간 것 같다


고속철 밖으로 보이는 양떼구름이

여느 때보다 더 낮게 드리워져 절경을 이룬다.

파아란 도화지에 하얀색 물감을 풀어놓은 같은

느낌도 들고

천당의 풍경도 이것과 비슷하겠지 하는 생각도 든다.

괜히 하늘 위에 천당

하늘아래 소주 항주라 하는지 알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그 구름은 흡사 티베트 라싸의 구름을 닮았다는 생각도 든다.

여행을 여유가 되는 한 더 많이 다녀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라싸에 다녀오지 못했다면 그 구름이 이 구름과 닮았다는 생각도 못했을 것이니까.

찬양쟈춰에 대해서도 부다라궁에 대해서도 대소사에 대해서도 색다른 인상과 감명을 받을 수 없었을 테니까. 산소부족으로 힘들었지만 많은 고통의 기억을

그 고원땅에 부려두고 내려온 느낌이다.


최근에 태풍 예보가 있다고 하더니

평소보다 구름이 훨씬 낮게 드리운 것을 보니

태풍에 몰고 온 절경이 아닌가 싶다.

이처럼 재난은 시련처럼 파괴만 몰고 오는 것은 아닌 것 같다. 항상 긴장감을 심어주고 대비책을 마련하게 하고 잠깐 쉬어갈 수 있는 틈을 선사해 준다.

그 태풍이 아니었으면 보지 못했을 저 환상 같은

구름같이 몇 해간 지나온 나날들

절망뿐은 아니었다.

더욱 단단해지고 뭔가 조금은 깨치고

어떤 것들에도 집착하지 않고

그 누구에게도 기대치 않는

습관을 몸에 익혔다.

더 크고 넓은 세상을 보았고

더 먼 곳에 떠날 수 있는 채비를

하나하나 할 수 있게 그럴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삶이란 여행을 더욱 소중히 여기게 되고

더 자주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고

저 구름을 관찰하고 카메라에 담아두는 습관을

갖게 하고

스쳐 지나던 아침노을과 저녁노을을 놓치지 않고 담고

그것들을 자연히 인연이 닿는 이들에게 나누는 습관도 배었다.

삶은 얼마나 소중한지 증거들을 모으느라 낭비한 시간 소송을 위해 들인 돈 시간 심신을 추스르기 위해

읽었던 니체 쇼펜하우어 칼융 등등 책들 영상들

내 뇌세포 속에 자리 잡혀 내 의식을 업그레이드시켰다. 다른 세상이 보이고 다른 판단력 실행력을 얻게 되었다.


백 년 전 그들도 비슷한 사연 일들을 겪게 되어

그런 생각을 하게 되고 그 생각들을

글로 남기게 된 것일까.

먼저 겪은 이들이 그것을 글로 정리하여 남기지 않았더라면 난 또 얼마나 더 오래 방황했을까.

요즘 상해 복단대학 철학과 교수 왕득봉 교수의

강의에

푹 빠졌다.

그가 풀어내는 부처님의 법도

왕양명에 대한 해설

유가 불가 도가에 대한 막힘없는 해설은

한마디 한마디가 네 의식 속을 레이저 바늘로 쑥쑥

찔러준다. 막혔던 혈이 풀리듯

머릿속이 나긋해지고 잠시나마 해탈을 얻은 느낌이다. 그가 얻은

해탈을

그의 목소리 표정 하나하나를 통해서 투사받아

느껴 볼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의 투사는 좋은 경험이란 생각이 든다.

모든 걸

깨우치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고 있는

사람만이 풍길수 있는 아우라가 몸에 배어 있다.

겉으로 포장하여 소탈한 척 공공을 위해서 모든

선택을 하는 척하고 뒤로는 집착 욕심으로 범벅이 되고 몰래 수십억 불 재산을 해외에 옮겨가고

나이 71살에도 후대를 만들려는 추한 본능을

선인척 위장한 수천억 재벌은 비교도 안 되는 아우라이다.

인생관 가치관 세계관이 잘근잘근 부서져서

새로 탈바꿈하는 중이다.

위선자들과의 정치질도 점점 무의미 해진다.

더 먼 곳을 자꾸 바라보게 된다.

승부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게 된다.

결과에도 집착을 하지 않게 된다.

그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않고

그 누구에게도 실망하지 않고

그 누구에게도 의미 없는 약속을 하지 않고

삶의 우선순위와 해야 할 일들의 선후 순서가 자연히

머릿속에 하나하나 자리 잡혀 간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해서는 안 되는 가에 대한

신념이 더욱 확고해진다.

공자보단 노자 같은 삶을 살고 싶어진다.

정력이 되어 이렇게 다닐 수 있음에

좋아하는 일들을 할 수 있음에

내게 필요한 정신식량을 끊임없이

보내주는 하나님과 하나님의 사자들에게

고마울 뿐이다.


진달래 냉면 확실히 맛있다.


더 이상 할 말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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