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아이 예뻐하고 미운 아이 미워하는 거 누가 못해? 미운 아이를 예뻐해야 드라마가 만들어지지."
"더해서 1이 되는 사랑. 가정에서 필요한 만큼의 사랑을 받아 이미 충만한 아이가 있는가 하면 채워지지 못한 아이가 있다. 그런 아이를 알아보고 더 많은 관심을 주어라."
언젠가 교육 연수에서 들은 말들이 기억에 남아 나를 한 번씩 돌아보게 한다.
해마다 만나는 아이들 중에 내 자식도 이랬으면 하고 부모님이 어떻게 키우셨는지 궁금하게 만드는 아이들이 있다. 그런 아이들은 이미 완성형에 가까워, 어느 교실에서 어떤 교사, 어떤 친구들을 만나도 인정받으며 자라 간다.
한편 부모님이 누구신지 궁금하긴 하지만, 반대의 이유로 궁금한 아이들이 있다. 어느 교실에서 누구를 만나도 꼭 갈등을 빚고 원성을 듣는 아이, 어떻게 예뻐하고 무엇을 채워주어야 할지 너무 어려워서 교사를 좌절시키기도 한다.
가정의 돌봄이 부족해서 그런 경우는 교사의 작은 관심도 아이에게 큰 의미를 주지만, 가정의 관심이 지나치거나 방법이 어긋난 경우에는 오히려 지도가 어려울 때도 있다. 교사의 지도를 아동학대로 몰고 갈까 봐 많은 것이 조심스러운 요즘이다.
개인적인 인간관계라면 마음 맞는 사람과 어울리고, 나랑 안 맞는 사람은 거리를 두면 그만이지만, 교사에게 학생들은 미우나 고우나 내가 품을 아이들이다. 못 본 척 내버려 두기보다 지도할 건 지도해서 함께 살아가는 세상에서 둥글둥글 어울리는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예쁘고 미운 것은 아이의 인성과 태도에 좌우되곤 한다. 성적이 좋아도 성품이 나쁘면 본인으로나 사회적으로나 그게 더 걱정이 되고, 성적이 나빠도 성품이 좋으면 앞가림하며 잘 살아가겠지 싶다.
어떤 행동이 예쁘고 어떤 행동이 미운가?
모든 것의 기본은 뭐니 뭐니 해도 인사
인사성이 밝다는 것은 말 그대로 자기 인생을 밝히고 사람 사이의 관계를 환하게 한다.
인사를 통해 서로에 대한 존중을 드러내는데, 만약 보고도 인사를 하지 않거나 상대가 건넨 인사에 마주 인사하지 않는다면 그 사이는 급격히 어두워진다.
아침에 복도나 교실에서 교사를 마주쳤을 때 인사 없이 슥 지나치는 아이들이 있다.
이럴 때 내가 먼저 "안녕?"인사를 건네면 보통 아이도 쑥스럽게 인사를 되돌려준다. 조용하고 소심한 아이가 그러면 서툴러서 그런 거라 이해가 된다.
그런데 수업시간에 목소리도 크게 자기 하고 싶은 말들을 의식의 흐름대로 내뱉는 아이가 교실 밖에서는 인사도 없이 그냥 지나치면 상당히 실망스러운 마음이 든다.
지도를 벼르다 수업시간에 짬을 내본다.
"기본 중의 기본은 인사예요. 다른 걸 아무리 잘해도 인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모든 것을 안 좋게 보이게 할 수 있어요. 인사도 안 하면서 수업 시간에 이런저런 참견을 하는 사람의 말은 들어줄 수 없어요. 인사는 존중의 표현인데 인사를 하지 않는다는 건 상대를 무시하는 걸로 느껴져요. 그런 사람을 굳이 나만 존중할 의무는 없다고 생각해요"
모두에게 말하지만 눈은 인사성 없던 아이에게 자꾸만 향한다. 이 정도로 말하면 대개 다음부턴 인사를 챙긴다.
경청, 공감, 배려
이 세 가지가 되는 사람은 교사뿐 아니라 그를 아는 누구라도 좋아한다.
남의 말에 자기 말 얹기가 바쁜 사람들 틈에서 제대로 들을 줄 아는 사람은 소리 없이 가장 강하다.
이게 되는 아이가 수업 태도가 바르다.
교사를 바라보며 눈과 귀가 집중되어 있으며 수업 맥락을 이해하여 적절한 발언을 할 수 있는 아이, 이런 수업 태도를 가졌다면 공부를 잘하는 건 그 결과로 따라온 것일 테다. 이런 태도는 수업 시간에만 국한되지 않고 아이의 삶 전반에 영향을 미쳐서 좋은 성취를 이끌어낸다.
한편 선행 학습으로 이미 배웠다고 수업시간에 뺀질거리는 학생은 질색이다.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말이 떠오르게 한다.
그 외에도
기발한 생각과 호기심, 자기 경험과 지식을 나누고 싶은 욕구를 재치 있고 예의 있게 표현할 수 있는 아이.
경직되지 않고 수용적이되, 휘둘리기보다는 자신의 마음을 살필 줄 아는 아이.
자기 생활에 성실하면서 주변 친구들에게도 관심을 가지고 격려와 위로를 건넬 줄 아는 아이.
교사의 마음까지도 헤아릴 줄 아는 아이, 학급일에 팔 걷어붙이고 나서는 아이, 친구를 차별하지 않고 편견 없이 대하는 아이, 소외된 친구에게 먼저 손을 내미는 아이...
이런 아이들이 실제로 존재한다.
정작 어린 시절 나는 부족한 것 투성이었기에 그 시절의 나보다 더 큰 마음의 아이들을 보면 부러운 마음마저 든다. 어디 가서 무얼 해도 사랑받고 행복할 아이들, 진정한 금수저.
어쩜 이토록 바르게 키우셨는지 부모님을 연구해보고 싶은 아이들이다.
이들에게 교사의 역할은 미미할 수 있다. 괜찮다.
존재만으로 힘이 되니.
든든한 그들에게 세이브한 힘으로 난 미운 아이 예뻐하고 교사가 더 필요한 아이들을 더 많이 바라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