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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림보 Apr 23. 2023

오늘을 미워하지 말자


몸이 너무 무거워 발만 씻고 잠에 들고 싶었다.


 그렇게 발가락부터 비누칠해 씻어내고서 발바닥에 손이 다였을 때였다. 

전에 느껴보지 못한 까칠함에 화들짝 놀랐다.

‘발바닥이 언제 이렇게 갈라지고 쭈글쭈글 해진거지.’

예전과 같지 않은 지금 이 순간에 나도 모르게 어깨가 처졌다.

요 며칠 사이만 해도 그랬다.

 

 아무 이유 없는 편두통으로 진통제 없이는 생활이 힘들어져 버렸고, 몸이 지쳐버리니 마음도 무채색으로 물들어가는 것만 같았다.

생기는 없고, 하는 일들에 의욕이 사라지는.
요즘 너무 지쳐버린 것 같았다. 그리고 하루가 버거웠다.

 이렇게 현실이 녹록지 않으니 떠오르는 것은 과거였다.


 글을 쓰기 위해 책상에 앉았을 때 나도 모르게 액자에 눈이 갔다.

5살쯤이었을까, 우스꽝스러운 포즈로 해맑게 웃으며 작은누나와 함께 찍힌 사진이었다.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저 때는 괜찮았을까, 지금처럼 힘들지는 않았을까.

그래도 지금보다는 낫지 않았을까.


 시선은 옆에 꽂혀 있던 소설책 ‘파피용’으로 갔다.

중학교 때 독서 와는 거리가 멀었지만, 베르나르 베르베르 소설처럼 상상도 할 수 없는 장면을 엿볼 수 있던 책만큼은 히죽히죽 웃으며 밤을 새워 봤었다.

 그때는 아무 걱정 없이 현재에만 집중할 수 있었던 것일까.


사실 그럴 리가 없었다. 


 그 어릴 적 5살 꼬마도 낮에 별 것 아닌 공룡 장난감 하나로 친구와 다투어 내일은 어떻게 얼굴을 볼 수 있을까 걱정을 했을 것이고, 중학생 아이는 다음날까지 마무리 지어야 할 영어숙제를 다 하지 못해 전전긍긍하면서도 소설책  이야기를 궁금해하며 결국 마지막 책장을 덮고서 잠에 들었을 것이다.


 언제나 그래왔듯이 쉬운 적은 없었다. 그렇다고 웃음을 잃지는 않았다. 기뻐할 수 있다면, 즐거워할 수 있다면 그렇게 했다.

 지금 여기에 있는 나도 충분히 가능하다.

하루 24시간 동안 매 순간이 행복으로 가득 차 있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몇몇 순간만큼은 괜찮은 적이 있지 않은가.

그렇게 하루를 채워가는 거지.


그러니 오늘을 미워하지 말자.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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