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느껴보지 못한 까칠함에 화들짝 놀랐다.
‘발바닥이 언제 이렇게 갈라지고 쭈글쭈글 해진거지.’ 예전과 같지 않은 지금 이 순간에 나도 모르게 어깨가 처졌다.
요 며칠 사이만 해도 그랬다.
아무 이유 없는 편두통으로 진통제 없이는 생활이 힘들어져 버렸고, 몸이 지쳐버리니 마음도 무채색으로 물들어가는 것만 같았다.
생기는 없고, 하는 일들에 의욕이 사라지는.
요즘 너무 지쳐버린 것 같았다. 그리고 하루가 버거웠다.
이렇게 현실이 녹록지 않으니 떠오르는 것은 과거였다.
글을 쓰기 위해 책상에 앉았을 때 나도 모르게 액자에 눈이 갔다.
5살쯤이었을까, 우스꽝스러운 포즈로 해맑게 웃으며 작은누나와 함께 찍힌 사진이었다.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저 때는 괜찮았을까, 지금처럼 힘들지는 않았을까.
그래도 지금보다는 낫지 않았을까.
시선은 옆에 꽂혀 있던 소설책 ‘파피용’으로 갔다.
중학교 때 독서 와는 거리가 멀었지만, 베르나르 베르베르 소설처럼 상상도 할 수 없는 장면을 엿볼 수 있던 책만큼은 히죽히죽 웃으며 밤을 새워 봤었다.
그때는 아무 걱정 없이 현재에만 집중할 수 있었던 것일까.
사실 그럴 리가 없었다.
그 어릴 적 5살 꼬마도 낮에 별 것 아닌 공룡 장난감 하나로 친구와 다투어내일은 어떻게 얼굴을 볼 수 있을까 걱정을 했을 것이고, 중학생 아이는 다음날까지 마무리 지어야 할 영어숙제를 다 하지 못해 전전긍긍하면서도 소설책뒷이야기를궁금해하며 결국 마지막 책장을 덮고서 잠에 들었을 것이다.
언제나그래왔듯이 쉬운 적은 없었다. 그렇다고 웃음을 잃지는 않았다. 기뻐할 수 있다면, 즐거워할 수 있다면 그렇게 했다.
지금 여기에 있는 나도 충분히 가능하다.
하루 24시간 동안 매 순간이 행복으로 가득 차 있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몇몇 순간만큼은 괜찮은 적이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