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느림보 Aug 05. 2023

X가 두려운 이유.

별별챌린지 13일 차


 언제부터 물이 두려웠을까.


보통은 빠져 죽을 뻔한 일로 트라우마가 생겨서 무서워진다고 하지만, 나의 경우에는 그런 일이 있었나 싶다. 실은 친척들과 함께 강변에 물놀이를 갔을 적에 잠시동안 도넛모양 튜브 안으로 몸이 빠져버려 물 먹은 적이 있긴 하지만 그게 두려움의 원인이었을까 의문은 든다.


물속에 들어가는 것 자체는 괜찮다. 다만, 발이 닿이지 않는 그 끔찍한 느낌이 무서워서 깊이가 가늠이 안 되는 바닷가라거나 계곡물에는 쉬이 몸을 담그기가 어려울 뿐. 결론은 수영하는 법을 몰라서 무서운 거다.


평생을 피하며 살고 싶지는 않다. 솔직히 지금 같은 무더운 여름에는 나도 물속에 풍덩 빠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고, 더군다나 나의 옆에서 함께하는 이는 수영을 즐기기 때문에 보조를 맞추고 싶다. 그리고 혹시 알까. 생존 수영을 해야 할 날이 올지.


결국엔 그냥 해보지 않은 것에 대한 두려움이 아닌가 한다. 비단 수영뿐만이 아니다. 나의 삶의 태도 자체가 도전에 대한 회의로 가득 차 있기에 이 또한 피해야 한다고 여기는 것이 아닌지. 정확히는 도전에 뒤 따라오는 부정적인 상황들을 마주하기 힘들어하는 거다. 실패로 인해 돌아오는 비난, 시작하지 않았으면 잃지 않았을 것들, 그리고 후회.

이 모든 일어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염려는 항상 내 머릿속을 복잡하게 한다.


다행인 것은 내 옆에서 함께하는 이가 말해주는 한마디가 문제를 푸는 실마리를 줬다는 것이다.


 "지금 여기에 있는 나에게 집중해 보자. 과거, 미래 말고 현재."


 그래서 언젠가 '수영'을 꼭 배워보고자 한다. 그게 지금 내게 필요한 거니까.

배우는 과정에서 허우적거리며 물 먹는 것 따위는 그냥 잊자. 다 큰 어른이 겨우 물장구치는 연습 한다고 눈 흘길 사람은 없다. 부질없는 걱정 따위 집어치우고 그저 물속에 몸을 담그고 있는 내 모습에 집중하자. 그냥 손과 발을 움직여 보는 거다. 그렇게 현재에 몰입하는 내가 반복되다 보면 물속에서 떠 있는 나와 마주 할 수 있지 않을까.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매거진의 이전글 끊이지 않는 여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