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순간에 전부 사라질 수도 있는데 왜 지금을 살지 못할까.
하루는 그랬다. 사랑하는 이가 엄청 아파서, 그래서 수술까지 해서, 나 혼자 마지막을 그리는 망상까지 하는. 다행히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지만 이후로는 아프다고 하면 덜컥 겁부터 난다. 그리고 매번 까먹지만 오늘이 아니면 안 된다고 꼭 사랑한다고 말해줘야지 다짐한다.
만약에, 정말 만약에 말이다. 사랑하는 이가 혹은 소중한 이가 내일 세상에서 사라진다면, 지금 말할까 말까 고민하는 그 한마디는 더 이상 쓸모없는 쓰레기 밖에 안된다. 하지만 오늘은 아니다. 지금은 괜찮다.
사랑한다고 하는 한마디가 낯 뜨겁다고, 익숙지 않다고 머뭇거리면 결국 다음은 없는 것이다.
분명 실망과 비난을 할 거라고 말하는 걸 주저한다면 매듭을 풀 기회조차도 얻지 못하는 것이다.
근데 왜 나는 방문을 닫은 채 그냥 누워만 있는 건가. 내일이면 다 사라질지도 모르는 데.
결국 또 아무 일도 안 일어날 거라는 수에 배팅을 하고 있다.
난 그저 도박꾼. 아니 그냥 도박중독자. 그것도 아무런 전략도 계획도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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