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별챌린지 1일 차.
한쪽 신발끈이 땅바닥에 질질 끌렸지만 계속 뛰었다. 분명 뒤통수에서 수고했다는 외마디가 들려왔지만 앞만 보고 달렸다. 그저 벗어나고 싶었다.
회사 정문을 너머 왔을 때 돌이켜 생각해 보았다. 무엇이 문제일까. 사실 회사는 오늘이나 한 달 전이나 다를 바 없었다. 다만, ‘내가’ 변했을 뿐.
몸이 힘들었다. 근래 뒤늦은 코로나에 시달린 뒤 연이어 장염을 달고서는 지금까지 제 모습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자연스레 정신도 지쳤다. 사무실에 10분을 앉아있기가 괴로웠다. 정수기 앞에 가서 냉수 한 컵을 마셔 본들 그때뿐이었다. 옥상에 올라가 기지개라도 켜면서 깊게 심호흡을 해보지만 낫지 않은 기침에 콜록거리기만 했다. 그렇다고 일을 하지 않을 수는 없으니 허벅지를 꼬집으면서라도 정신을 차려보려 했다. 하지만 퇴근 1시간 전만 되면 이미 정신은 내방 침대로 가 있었다.
버스 한편에 자리 잡고 앉았다. 습관처럼 잡고 있던 스마트폰을 한참을 바라보았다. 그저 멍하니. 그냥 힘이 나지 않았다. 손가락 움직이는 건 고사하고 머릿속으로 무언가를 떠올리는 게 쉽지 않았다. 이윽고 짜증이 몰려왔다. 결국 가방 속으로 폰을 던지고는 창 밖을 바라보았다.
보름달이 되고 싶은 달이 빛을 내며 나름대로 힘을 쓰고 있었다. 어떻게든 자신을 밝혀보려는 달이 부러웠다. 난 언제쯤….
출입문이 열리고 쏟아져 나오는 인간들 중 한 명이 된다. 곧이어 부대끼며 횡단보도를 건넌다. 눈부신 헤드라이트와 끊이지 않는 경적소리. 가뜩이나 지친 몸은 곱절로 무거워지고 고개는 서서히 땅으로 꺼져만 간다.
터덜 걸음으로 발끝만을 바라보며 앞을 나아가고 있었는데 무언가 날 가로막았다. 빤히 날 바라보는 눈빛. 마치 자신이 먼저 가고 있었다며 길을 비켜달라는 느낌이었다.
갈색 줄무늬의 자그마한 고양이었다. 순간 굳어있던 손이 자연스럽게 가방 속으로 들어가며 폰을 찾고 있었다. 눈싸움을 핑계 대며 마구 셔터를 눌러댔다. 지나가는 차 소리에 놀라 곧 도망가고 말았지만, 덕분에 지어진 미소는 내 방문을 열 때까지 함께했다.
다행이었다. 정말 아무것도 못할 줄 알았다. 안된다며 끊임없이 피하고만 있었으니까. 근데 아예 힘이 없는 건 아니었나 보다.
나도 다시 빛날 수 있겠지.
#글로성장연구소 #별별챌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