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설레고도 두려운 열린 이야기
연말, 년초, 그리고 아이의 겨울방학. 폭풍 같은 시간이 지났다. 아직 방학기간 중이지만 은혜롭게도 방과 후 수업이 있는 마지막 방학 주는 아이가 등원을 한다. 평소 같았으면 진을 쏙 빼놓았을 등원 준비 시간이 오늘따라 어쩐 일인지 그렇게 힘들지가 않았다. 방학을 보내고 물 먹은 솜처럼 무거운 몸으로 등원을 준비하는 아이의 짜증도 너그러이 받아줄 수 있었다. 기분 좋게 등원 버스에 올라 예쁜 미소로 손을 흔드는 아이에게 손 뽀뽀를 날려주었다. 비록 아직 등원을 하지 않는 둘째와 함께 이지만 더할 나위 없는 좋은 아침이었다. 항상 아이를 함께 등원하는 동갑내기 엄마와 커피를 한 잔 나누어 들고 걸으며 씨익 웃었다. 말 안 해도 아는 인사말,
“고생 많았어요.”
아이들에게 방학은 설레는 시간이지만, 부모들에게 방학은 살짝 두려운 시간이다. 다는 아니겠지만 대부분의 부모들이 그렇지 않을까 싶다. 지난해에는 이사를 와 3주의 방학을 보냈는데, 워킹맘으로서 그 시간은 부모님의 손, 아끼고 아낀 휴가 몰아쓰기로 겨우 겨우 버텨낸 시간이었다. 올해는 단 한 주였지만 방학은 방학인지라 길었다. 지난 아이의 방학 때는 여행에, 나들이에, 친구들과 만남에 하루도 비지 않는 일정을 세우고 바쁘게 움직였다. 그나마 아이가 하나 여서 가능한 일이었다. 이번 방학은 ‘방학이 오는구나’ 하다가 ‘어? 방학이 왔네?’ 하고 맞아버렸다. 둘째 출산 후 육아휴직 기간이라 그래도 마음의 여유가 있었지만 연말이라 약속에 모임이 많다 보니 아이에게는 미안하게도 방학에 온전히 마음을 써주지도 못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무계획이 계획인 방학이었다. 연말이라 휴가를 쭉 이어 쓴 남편, 항상 아이들을 위해 대기해주시는 친정 부모님, 심심해 지려는 찰나 불러내 주는 소중한 친구 엄마들, 그리고 주말에는 시댁 가족들의 모임까지 아이는 엄마의 무계획이 무색하게 방학이 즐거워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할 정도로 행복해했다. 아주 특별한 이벤트나 나들이가 없더라도 함께 하는 사람들의 관심, 애정, 따뜻한 스킨십으로 아이는 충분히 만족감과 행복을 느낀다. 물론 무엇이든 원하는 것을 채워주더라도 어떤 부분에서 인지 마음이 상하면 몇 시간이고 징징대기도 하고 말이다.
아이를 키우며 느끼는 건 그런 것이다. 아이를 키우는 손이 나 하나에게만 있는 게 아니라는 것. 아이의 마음은, 눈은 내가 담지 못하는 것을 담고 보지 못하는 것을 본다는 것. 그리고 내가 아무리 상황과 여건을 통제하고 관리하려 해도 결국 벌어지는 일 앞에서는 무엇이든 열려 있다는 것. 그래서 아이를 키우는 것은 두렵고 설레는 알 수 없는 일이다.
방학이 끝났다. 한숨 돌리고 맞는 조금은 조용하고 여유로운 하루라 멈추었던 글도 쓸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이 시간에 다시 어떤 파동이 밀려 울지 알 수 없지만 열린 이야기인 육아의 세계에서 하루 하루를 여는 것이 아이가 매일을 새로운 설렘으로 받아들이는 것과 같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