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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mumi 여이진 유신디 Oct 13. 2023

집 떠나 맞이한 나의 S2번째 생일

생일 / imumi

망상하길 좋아하는 나에게 곧 떠날 아일랜드에서 맞을 생일은 

거기서 사귄 다양한 인종의 외국인 친구들과 홈파티를 하며 선물꾸러미를 가득 안고 왁자지껄한 분위기 속에서 생일케이크에 붙은 초를 후 부는 것


이 정도쯤은 기대해 볼 수 있지 않은가



그렇지만 인생은 늘 그렇듯 기대한 바로는 흘러가지 않는 법

내가 아일랜드에서 맞은 생일은 한국을 떠난 지 고작 2개월 후인 4월 9일이었다.

학원에서 받은 레벨테스트결과 나는 제일 낮은 레벨의 비기너반이었고,

처음 살집을 구하러 다닌 뷰잉에서는 집주인들이 당최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가 없어 같이 간 친구옆에서 미소만 지었을 뿐

그렇다고 특유의 해맑은 성격과 활발한 친화력을 지녀 말은 통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친구들을 사귈 수 있는 성격의 소유자가 아닌 그때의 나에게,

생일을 함께 보낼 가까운 사람이라곤 같이 아일랜드로 떠났던 룸메이트 동생 S 뿐이었다.

그리고 생일을 같이 보내고 싶은 사람도 S 뿐이었다.



우리는 그즈음 인도인 5명과 함께 북적북적한 집에 살고 있었는데

구한 일도 없고, 아일랜드로 온 지 2개월 차에 가지고 왔던 통장잔고는 바닥이 돼 가는 터라

값싸게 해 먹을 수 있는 1유로짜리 파스타면과 59센트의 파스타소스로 만들 수 있는 토마토파스타가 나의 주식이었다.


그래서 생일날만큼은 한식을 먹고 싶었던 나는 S와 함께 점심으로 순두부찌개를 먹으러 시티센터에 있는 한식당으로 향했고,

갑싸지않은 돈을 지불하고 먹은 순두부찌개는 성에차지 않았다.

보이는 바와같이 맛도 그다지였던 해물순두부찌개

그렇게 우리는 저녁으로 또 다른 한식당으로 향하게 되었다.

한국표 치킨이 너무나도 그리웠던 나는 거금을 들여 순살간장 치킨을 저녁메뉴로 선점했는데

이 마저 공허한 내 생일을 채워주진 못했다.

한국의 바삭한 튀김옷을 기대해선 안되는 치킨..

뭔가 씁쓸한 생일이었다.

부푼 꿈을 안고 갔던 아일랜드에서의 내 생일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초라하게 느껴졌다.

(물론 친동생처럼 소중한 S가 함께 있었음에 감사함을 느끼지만 별개의 감정으로..)


사람이 공허함을 느끼면 물질로 채운다고 하는 말이 마음에 딱 와닿았다.

그렇게 평소 쓰지 않던 거금을 들여 하루에 두 번이나 한국음식을 꾸역꾸역 넣어댔지만,

욕심 많은 나에게 충분했을 리가 없다.


하지만 그런 생일도 있었다.

아직은 낯선 이국에서 적응해가고 있던,

불안 불안했던 22번째 생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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