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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mumi 여이진 유신디 Oct 13. 2023

7개국에서 날아온 생일 축하 메시지

생일 / 여이진

아일랜드 현지 시각 2019년 9월 14일 토요일 오후 4시. 한국에 있는 친구들에게 하나 둘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8시간의 시차가 차이나는 한국에서는 15일 자정이었기 때문이다. 시차 계산이 헷갈려서, 다음 날 아침에 일정이 있어서, 아일랜드 시간 기준으로 자정은 한국에서는 너무 이른 시간이어서 라는 여러 가지 이유로 (아일랜드 기준으로는) 미리 생일 축하 메시지를 보내준 친구들이 귀여웠다.


그리고 맞이하게 된 아일랜드에서의 진짜 생일, 9월 15일. 여러 나라에서 축하 메시지가 왔다. 세부에서 만난 친구들이 필리핀, 대만, 캐나다, 미국 등 다양한 나라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느낌이 새로웠다. 어플로 잔뜩 꾸민 사진,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른 영상 등 축하 방법도 다채롭다. 몇 번을 봤는지 모르겠다. 귀여워서 지금도 가끔 꺼내본다.


점심시간이 지난 이후에는, 일하러 가야 했다. 4시간 정도 짧게 일하는 날이었기에 일하고 놀 생각으로 출근했다. 손님이 없던 시간대라 청소를 하고 있던 도중에 2층에서 일하고 있던 나를 1층으로 부르는 무전이 들렸다.(큰 식당이었기에 서로 무전기로 연락했다.) 계단을 내려가니 직원들이 조각 케이크 두 조각에 초를 붙이고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주었다. 나중에 친구가 보내준 영상을 보니 엄청 해맑던 나였다. 일하던 중 잊지 않고 챙겨줘서 고마웠다. 열심히 일하고 나서는 남미 친구들과 바에 갔다. 술 마시고 춤추고 수다 떨면서 한참을 웃었다. 나를 위해 같이 시간을 보내준 친구들에게도 참 고마웠다.


모자이크를 뚫고 나오는 해맑음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내 생일을 기억하고 축하를 해주는 메시지가 좋아 매년 하나하나 다 캡처해서 간직한다. 나를 향한 그들의 애정하는 마음이 한 자 한 자 가득 담긴 그 메시지의 감동을 계속 느끼고 싶기 때문이다. 비록 글로 써진 메시지이지만 그들의 음성이 들리는 느낌이다. 특히 아일랜드에서 받은 연락들은 외로운 타지 생활에 한 줄기 행복이 되어주었다. 매년 보내는 생일이지만 되려 그 시절을 더 아름답게 만들어주었다. 또한 생일 전부터 간식으로 가져온 미니컵케이크에 촛불을 붙여거나 미리 생일케이크를 사서 노래 불러주는 등 미리 축하해 준 친구들도 있었다. 만난 지 3개월도 안 된 친구들이지만, 금세 가까워진 정 많은 친구들이다.



누군가는 생일을 챙겨주는 게 별거냐 싶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생일을 축하해 주는 마음 덕분에 생일이 더욱더 따뜻해진다. 점점 나이가 들면서 예전만큼 따뜻한 생일을 보내기 쉽지 않은 것을 느낀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은 내가 가진 감정만큼 따스한 생일을 보내기 바라는 마음이다. 그날에는 평소에 전하지 못했던 단어까지 몇 자 더 적어본다. 나에게 주었던 그 행복을 나도 주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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