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imumi 여이진 유신디 Oct 13. 2023

홀리데이 빠진 워홀 중 나의 최애마을

여행지 / imumi

아일랜드에서 1년 동안 살면서 아일랜드 내 여러 군데를 많이 가보지는 못한 편이다.

돈과 시간에 쪼들려

잠시 여행온 사람들마저 간다는 골웨이의 모허절벽마저도 나는 가보지 못한 채 돌아와 버렸다.


하지만 아일랜드를 기억할 때면 나는 항상 '던리어리'라는 어촌마을을 떠올리곤 한다.

이곳은 부담 없이 더블린에서 당일치기로 갔다 올 수 있는 곳인데

유명한 여행지라거나 대단히 특별한 건 없다고 느껴질지라도 나에겐 정말 아름다운 곳이다.


처음 던리어리에 갔던 날, 나는 피플스파크로 향했다.

이 공원은 일요일마다 시장이 열리는 곳이라서 다양한 음식과 상품들을 볼 수 있다.

작은 공원 안은 복작복작하게 사람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고

음식을 먹는 사람들, 가게를 구경하는 사람들, 공원 잔디밭에 배를 깔고 누워 책을 읽는 사람들..

여러 사람의 활기로 채워진 그 분위기가 나는 너무나도 좋았다.


스콘이 지금처럼 유명하지 않던 시절

나에게는 다소 생소했던 블루베리스콘을 기대 없이 사 먹었었는데

그 맛이 너무나도 좋았어서 아직도 가끔 입맛을 다신다.

그날 이후 블루베리 스콘을 찬양하게 된 나는 집에서도 냉동 블루베리를 잔뜩 넣고 스콘을 구워봤지만 아무리 시도해도 피플스파크에서 맛보았던 그 맛은 나지가 않았다.

그날 먹은 블루베리 스콘


던리어리에 딱히 내로라할 박물관이나 관광명소 등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냥 이 동네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그곳의 가지각색 알록달록한 집들을 구경하며 걷고,

피플스파크의 선데이마켓을 둘러보고 나와 그 주위에 빈티지샵들을 한 바퀴 돌며 시간을 보내다 보면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또한 요트가 가득 차있는 해안가를 바라보며 저 멀리 등대까지 쭉 걸어갔다 거기서 파는 하얀색 소프트콘을 먹으며 다시 돌아오는 길에

평화로운 바다 마을의 분위기가 대단히 특별한 것 없이도 뭔가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든다.


보통 한번 가본 곳을 다시 돌아볼 바에는 새로운 곳을 탐험하길 선호하는 편이지만

거리도 그렇게 멀지 않고 그때 느꼈던 기분 좋음을 다시 느끼고 싶었던 터라 아일랜드를 떠나기 약 한 달 전 친구들과 던리어리에 한번 더 가보았다.

그날은 운이 좋게도 해가 질 때 분홍빛으로 물든 하늘이 너무나도 예뻐서

그리고 그 예쁜 하늘과 어우러지게 편안하고 잔잔하게 노래를 불러주던 고마운 버스커가 있었기에

나는 던리어리에 더 푹 빠지게 되었다.


좋은 곳에 가면 사랑하는 사람들이 떠오른다고 하지 않나.

나는 항상 좋은 곳에 가면 집에 두고 온 가족들이 떠올랐다

그날 해가 저무는 해안가를 걸어 다니며 이곳을 가족들에게도 보여주면 얼마나 좋을까란 생각을 해보았다

아일랜드에 간다면 꼭 다시 가고 싶은 곳이다.


해가져물던 분홍빛 던리어리


이전 21화 메리지블루 말고 벌쓰데이블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