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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mumi 여이진 유신디 Oct 13. 2023

누구와 함께 한다는 게

여행지 / 유신디





나는 주로 기차를 타고 던리어리에 가곤 했다. 기차를 타고 던리어리로 향하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왼쪽 창가를 액자 삼아 바다를 볼 수 있었다. 바다와 인접한 동네이기 때문에 해안가를 마주 보고 있는 집들이 옹기종기 줄을 잇고 있다. 집집마다 색색의 페인트로 포인트를 주기도 하고 나무 넝쿨로 빈티지함을 주는 등 이국적인 작은 해안가 마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그래서 던리어리에 다녀온 후에는 핸드폰 앨범에 풍경 사진이 유독 많이 저장되어 있었다.


또 던리어리에 좋은 점은 매주 일요일 피플스 파크에서 작은 마켓이 열린다는 것이다. 그곳에서 친구들과 모여 앉아 사람을 구경하며 점심을 먹고 종종 열리는 마라톤 대회를 구성하다 보면 어느덧 저녁이 되어있었다. 그래서 더블린이 아닌 곳으로 놀러갈 때 항상 리스트에 올라오는 장소 중 하나였다.

이동성이나 소소한 이벤트들도 던리어리를 자주 찾게 되는 이유지만 내가 이곳을 더 좋아하는 이유는 바로 풍경이 주는 힐링감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바다가 한눈에 보이는 것. 탁 트인 바다를 보고 있으니 가만히 있어도 힐링 되는 기분이 들었다. 어렸을 적에 본 영화 ‘조지아의 미친 고양이’의 배경이 된 해안가 마을을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분위기는 사뭇 다르지만 해안가 마을이 주는 비슷한 이미지 덕에 던 리어리를 간 첫날 더 이상 영화의 배경이 된 그 마을을 찾지 더 이상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던리어리에 오면 꼭 하는 나만의 루틴이 있다. 바로 99센트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포트 걷기. 별것 없지만 한 손에는 아이스크림을 들고 포트를 산책하는 사람들 사이를 걷다 보면 어느새 마을에 동화된 기분이 든다. 날이 따뜻할 때면 다이빙을 하는 사람들도 만나볼 수 있는데 4계절 내내 긴팔을 입고 다녔던 나로서는 신기할 따름이었다.


마지막으로 들렀었던 던리어리에 분홍을 하늘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ㅈㅁ,ㅊㅇ 그리고 한국에서 온 ㄱㅇ언니와 함께 한 손에 99센트 아이스크림을 들고 분홍빛 하늘과 잔잔한 바다를 보며 포트를 걷고 있었다. 포트 초입에서 한 소녀가 버스킹을 하고 있었는데 그곳이 주는 분위기 덕이었을까? 분명 1월의 겨울이었지만 그날따라 서늘한 바람이 아니라 선선한 바람이 분다고 느껴졌다. 우리는 한동안 그 소녀의 노래를 들었다.

아일랜드에서 지내며 이따금 혼자 여행을 떠난 적이 있다. 그때도 참 좋았지만 왠지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였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던리어리를 다른 지역에 비해 많이 간 것도 있지만 유독 마음 맞는 사람들과 자주 갔다는 것을 깨달았다. 결국 어디를 가서 좋았다가 아니라 누구와 함께 했기에 좋았다가 더 맞는 것 같다. 이번에도 이런 소중한 인연들을 만날 수 있길 바라면서 아일랜드로의 출국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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