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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mumi 여이진 유신디 Oct 13. 2023

나도 몰랐던 내 모습

해외에서 알게 된 새로운 점 / imumi

나는 아직도 나 자신에 대해서 잘 아는 편이라고 말할 순 없는 게 누군가가 나에 대해서 무슨 음식을 제일 좋아하는지, 취미가 뭔지, 성격이 어떤지 등과 같은 질문들을 하면 참의 시간을 고민해야 답이 나온다.

그런 가 더블린에서 몰랐던 내 자신에 대해 발견한 점이 몇 가지 있다.


학원수업시간에는 '나에 대한 질문'에 답해보는 시간들이 종종 있었는데 예를 들어 취미가 뭔지, 운동을 좋아하는지, 좋아하는 배우는 누구인지등에 대해 물어본다

어느 날 수업시간에 짝과 함께 서로 질문을 주고받으며 

상대방이 "Do you like ~ing?"라고 물으면 " Yes i do " 또는 " No I don't "로 대답을 하는 것이었다.

나는 평소에 이런 질문에 답하는 것에 꽤나 어려움을 느끼는데 대체적으로 모든 것들에 호불호가 확실하지 않은 나에겐 좋지도 싫지도 않은 것들이 꽤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나에게도 확실하게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은 바로

"Do you like dancing?" 이였다. 나는 이 질문에는 즉답으로 'No I don't'라고 내뱉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이 질문을 받는다면? Yes I do이다. 아일랜드에서 살고 보니 나란 사람, 실은 춤추는걸 아주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 I LIKE DANCING ]


초반에 아일랜드에 갔을 때 개인적으로 힘들었던 점은, 흥 많은 외국인 친구들이 춤추는 걸 너무 즐긴다는 것이었다.

누군가의 집에 초대를 받아 놀러 가게 되면 노래를 틀어놓고 자기들끼리 흥에 겨워 나 보고도 춤추기를 권유하는데 그런 순간 하나하나가 내겐 너무나도 도망치고 싶은 끔찍한 시간 들이었다. 어떠한 바나 펍에 가도 나는 마음껏 흥에 겨워 들썩일 수가 없었다.

심지어 아일랜드에서 그렇게 핫하다던 다이시스에 처음 간 날에도 나는 즐겁지도 않았다 술도, 춤도 'i don't like' 였기 때문이다.

이런 내가 처음으로 미친 듯이 춤을 즐긴 날이 있다.

바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아이스크림 가게 지누스 옆에 있던 조지바에 처음 간 날이다. 친구들의 손에 이끌러 간 이곳은 드랙퀸들이 공연을 한다는 게이바였다. 우리는 술을 몇 잔시키고 대화를 나누었는데 라틴노래만 주구장창 나오던 다이시스 노래와 달리 꽤나 익숙한 팝송들이 나와서 그랬을까 나는 평소와 달리 흥에 겨워 춤을 추기시작했다. 친구들 모두 신나는 노래에 리듬을 타며 시작된 춤이 어느 순간 옆자리 테이블과의 경쟁심에 불타올라 미친듯한 막춤이 되어가고 있었다. 광란의 짧은 댄스타임을 즐기고 나니 운동을 끝마친 직후처럼 지치면서도 꽤나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시간이 지난 후 스테이지엔 드랙퀸들이 춤을 추며 공연을 했고 내로라하는 춤꾼들이 모여들어 춤배틀을 하기도 했다.


마지막에는 신나는 노래를 틀며 스테이지 근처의 사람들이 다 같이 춤을 추기도 했는데 나 또한 친구들과 함께 손을 잡고 열심히 그 순간을 즐겼다.

그 후로 또 그곳에 가서 신나게 놀고, 2차로 다이시스에 갔더니 다이시스에서조차 즐겁게 춤을 출 수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렇게 나는 질색하던 춤추기를 좋아하게 되었다. 아니 내가 춤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사실은 어렸을 때도 게다리 춤을 부모님께 보여주며 온갖 재롱을 떨던 나는 본래 춤추기를 좋아하던 사람이었다.

잊어버린 나의 모습을 다시 찾게 된 것이다.

지금도 그때 함께 조지바에 갔던 친구들을 만나서 놀 때면, 우리끼리 노래방을 가거나 파티룸을 잡아서 미친 듯이 춤을 춘다.

다들 현란한 춤실력을 가진 것은 당연히 아니다. 그냥 흥에 겨워서, 춤이라기보다는 신나는 노래에 맞춰서 방방 뛰는 것에 가깝다.


난생 처음 드랙퀸을 본 그날의 조지바






[ I DON'T LIKE BIG CITY ]


고등학교시절부터 20대 초반까지의 나의 로망은 서울에서 자취를 하며 근처에 있는 한강공원에 밤산책을 나가는 삶이었다.

커다랗고 화려한 도시와 가지각색의 사람들이 많은 홍대거리를 20살에 처음 느낀 나는 서울이 너무나도 좋았다. 그 후로도 서울로 상경한 친구의 집에서 몇 박 며칠을 묵으며 여행을 하기도 하고 가족들과 휴가를 떠나기도 했는데 그때마다 내가 사는 곳과는 다른 나라를 넘어서 다른 세상인 것만 같은 그 커다란 도시가 나는 너무나도 멋져 보이고 설레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내 현실은 지방에서 친구들과 자취를 하며 종종 출몰하는 바퀴벌레에게 질려 고통받는 것이었다.

아일랜드는 한 나라의 수도임에도 불구하고 커다란 도시의 느낌은 나지 않는다. 솔직히 말하자면 도시보다는 시골 쪽에 가까운 느낌이 든다. 아무래도 서울처럼 커다란 빌딩이 있거나 교통이 발달된 것도, 빠르고 편리한 서비스가 보편화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나 더블린의 중심지에 있는 일명 아일랜드의 한강이라 할 수 있는 리피강은... 강이 아니라 하천이 아니냐는 취급도 더러 받는다.

나는 한국에서는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 살다가 아일랜드에 온 사람들이 답답함을 느끼고, 더 큰 도시가 있는 영국이나 빠르고 편리한 서비스로 치장되어진 서울로 다시 돌아가고 싶어 하는 것을 많이 보았다.

하지만 나는 이런 작고 누군가에겐 불편하게 느껴지는 더블린에 사는 것이 다른 유럽의 어느 수도에 사는 것보다 더 잘 맞고 가장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낯선 도시와는 다르게 친근한 느낌이 들어서일까. 아무래도 나 또한 이처럼 작고 소박한 마을에서 왔으니 말이다.

도시의 중심보다는 그보다  외곽이, 커다랗고 화려한 거리옆보단 조용한 마을이 내가 살고 싶어 하는 곳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깨달았다.

큰 도시도 좋지만, 가끔 그 웅장함을 느끼고 싶은 것이지 내가 그 속에 속한 사람이 되고 싶진 않다.

나는 이렇게 조용하고 평화로운 곳에서 일과 일상과의 적절한 거리가, 반짝이는 도심의 소음과 고요한 침실과의 알맞은 거리가 꼭 필요한 사람이니까


아담하지만 매력있는 리피강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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