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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mumi 여이진 유신디 Oct 13. 2023

메리지블루 말고 벌쓰데이블루

생일 / 유신디

언젠가부터 매년 생일이 다가올 때면 나도 모르게 기분이 착 가라앉는다. 평소보다 행복한 하루를 보내고 싶지만 그럴 자신도 없을뿐더러 쓸데없이 생각이 깊어져 심할 땐 나는 행복한 생일을 보낼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고 느끼기 때문이다. 고작 생일 하나에 이렇게 땅굴을 파고 있으니 나는 이 현상을 ’벌스데이 블루‘라고 부르기로 했다.

운 좋게 더블린에서도 생일을 보낸 적이 있다. 생일날 친한 친구 몇몇과 공원에서 피크닉을 하기로 했는데 망할 놈의 벌스데이 블루가 찾아왔다. 괜히 집 밖에 나가기도 싫어지고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아 졌다. 하지만 약속은 약속이니 꾸역꾸역 오전 수업을 듣고 점심쯤 공원에서 친구들을 만났다. 나를 위해 케이크를 만들어온 친구, 갑작스러운 초대에도 기쁜 마음으로 와준 친구 등등 소담스러운 피크닉에 괜히 불안했던 마음은 사라지고 친구들에게 미안한 마음과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7월 답게 푸릇푸릇한 나무들과 그늘밑에 삼삼오오 모인 사람들, 라이터를 챙기지 못해 초에 불을 붙이기 위해 공원을 돌아다니며 라이터를 빌리던 우리들. 너무나 사랑스러운 생일날이었다.

이렇게 행복하고 소중한 생일의 기억이 있는데 왜 자꾸만 벌쓰데이 블루가 찾아오는 걸까. 생일을 몇 주 앞둔 오늘도 벌스데이 블루에 마음이 가라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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