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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mumi 여이진 유신디 Oct 13. 2023

브람 스토커 페스티벌을 좋아하세요...

기념일 / 여이진

4월에서 11월. 나는 이 기간 동안 아일랜드에 머물렀기 때문에 특별하게 지낸 기념일은 없었다. 딱 하나 꼽자면, 할로윈이다. 하지만 할로윈이라 해서 특별히 무언가를 한 것은 아니다. 아르바이트하던 식당을 직원들과 함께 할로윈 분위기로 꾸민 것과 당일에 갈 곳도 없어서 또 일하는 곳에서 논 정도다. 완전히 즐긴 것은 아니었지만 10월 내내 어딜 가든 할로윈 분위기를 실컷 즐길 수 있었다. 친구가 만들어준 귀여운 마시멜로도 먹었다. 할로윈 당일에는 물론 코스프레한 사람도 많았다.


할로윈 장식을 단 식당 계단


나는 할로윈 자체보다는 이때쯤 열리는 아일랜드 축제와 더 인연이 깊다. 바로 브람 스토커 페스티벌(Bram Stoker Festival)이다. 내가 브람 스토커 페스티벌을 처음 만나게 된 것은, 학부 시절 교수님으로부터였다. '축제 기획' 과목 수강 중 학생들에게 해외의 축제 사례를 조사해서 발표하라고 하셨다. 다행히도 축제리스트를 주셨는데, 그중 하나가 브람 스토커 페스티벌이었다. 완전 처음 들어보는 축제였지만, 누구나 다 아는 축제보다는 새로운 것을 공부해보고 싶었다. 결론적으로는 구글에서 영어로 자료를 찾느라 힘들었지만 말이다.


브람 스토커 페스티벌 발표 PPT


브람 스토커 페스티벌(Bram Stoker Festival)은 유명한 소설인 <드라큘라(Dracula)>(1897)을 쓴 작가인 브람 스토커(Bram Stoker)를 기리기 위해 시작된 축제이다. 브람 스토커 사망 100주기가 된 2012년에 시작하여 (코로나 시기를 제외한) 지금까지 계속 진행되고 있다. 매년 10월 말, Bank Holiday(아일랜드 공휴일)가 있는 주의 금, 토, 일, 월 4일 간 더블린에서 진행되는 축제이다.


내가 이 과제를 시작할 때는 아일랜드라는 나라 자체를 몰랐다. 훗날 아일랜드로 떠날 준비를 하면서 기말고사 기간에 받은 축제에 대한 평가를 (감히) 하는 과제에 이런 말이 쓰여 있었다. "브람 스토커, 드라큘라라는 한정적인 주제를 가지고 전통을 유지하면서도, 현대적으로 다양한 예술로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 대단하다. 내년 이 시기쯤 아일랜드에 머물 예정인데, 꼭 참여하고 싶다."


하지만 결론적으로는 이 축제를 즐기지 못했다. 축제 기간을 인지했지만, 내가 참여하고 싶은 프로그램과는 일정이 맞지 않았다. 게다가 내가 기대한 것에 비해 이 축제가 아일랜드 내에서도 엄청 인지도 있는 축제가 아니었다. 굳이 홈페이지에 접속하지 않는다면 축제가 진행 중인지도 모를 만큼, 당시에는 홍보가 잘 이루어지지 않았다. 여러모로 매우 속상했다.


참여하고 싶었던 프로그램(출처 : 브람 스토커 페스티벌 뉴스레터)


사례 발표 후 교수님께 극찬을 받았던 만큼, 내가 애정하는 과제 중 하나였던 브람 스토커 페스티벌. 나중에 아일랜드에서 다시 만나는 인연으로 닿다니, 참 신기하다. 축제를 '기념일'로 칭하기에는 다소 애매하긴 하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할로윈데이만큼이나(어쩌면 그보다 더) 크고 의미 있는 나만의 기념일로 기억될 것 같다. 언젠가는 <드라큘라> 책을 들고 브람 스토커 페스티벌에 참석하는 또 새로운 나의 기념일이 생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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