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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mumi 여이진 유신디 Oct 13. 2023

외국에서 제발 좀 아프지 마

감기/ 유신디

운이 좋게도 이날 모임에 빠지는 사람 없이 모두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새벽 2-3시가 되고 유럽답게 아일랜드 펍의 문은 닫혔다. 피크 시간에 닫을 건 뭐람.. 갈 곳 없는 우리는 아쉬운 마음을 뒤로한 채 각자의 집으로 향했다. 대부분의 친구들이 시티에서 살고 있었지만 나는 시티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생활을 하고 있었다. 이미 막차도 끊긴 상황이라 최대한 집 근처까지 가는 버스를 찾아 탔다. 그러다 어느 길목에 내려 20분을 더 걸어서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드디어 집에 도착했다는 안도감과 함께 문을 열고 들어가려는데, 어라 이상하다? 평소라면 활짝 열여있던 중문이 굳게 잠겨있었다. 몇 번이고 열쇠를 중문 열쇠구멍에 집어넣어 보았지만 내가 가지고 있는 열쇠는 현관문 키가 전부였기 때문에 망할 놈의 중문은 열리지 않았다


아주 특별한 하루를 보내서일까? 나는 바로 다음 날부터 이상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자주 아파본 사람은 아는 무언가가 있다. 어..? 이거 아주 독한 놈이 오겠는데? 그렇다. 아주 독한 놈이 왔다.

학원 친구들과 함께 밤새 펍에서 신나게 논 후 나는 지독한 몸살에 시달리고 말았다. 온몸이 으슬으슬하고 식은땀이 흐르고 온몸의 근육은 말을 듣지 않고 소리를 듣게 될 수 없게 되었을 뿐 아니라 음식의 맛까지 느끼지 못하게 되었다. 그래도 약을 먹으려 1층 부엌으로 내려갔다 다시 내 방으로 올라갈 때면 어찌나 숨이 차던지. 전에도 종종 이런 적이 있긴 했지만 문제는 병원에 갈 수 없다는 것이었다. 당시 락다운이 이제 막 시작되는 차였기에 지금 당장 집 밖을 나갈 수도 없을뿐더러 괜히 밖으로 나갔다가 코로나라도 옮게된다면 그것이야말로 끔찍한 문제였기에 하는 수없이 집에 남아있는 감기약을 먹으며 며칠을 침대와 한 몸이 된 채로 지낼 수밖에 없었다.


내가 원해서 아프고 싶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정말 웬만하면 절대 외국에서 아프지 말자. 결국 고생하는 건 나다.

그렇게 11개월 만에 한국. 가족들 얼굴은 보지도 못한 채 병원에 실려갔다. 코로나바이러스라고 했다.

당황스러움도 잠시뿐 실려간 병원에서 한 달, 생활치료센터에서 일주일 그리고 집안에서 자가격리 2주까지 두 달 가까운 시간을 혼자 보내고 나서야 가족들과 만날 수 있었다. 마지막까지 심상치 않은 아일랜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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