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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imumi 여이진 유신디
Oct 13. 2023
해외에서 아프면,
감기 / imumi
[1]
첫 집을 구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처음 아일랜드에 도착했던 2월달보다 날씨가 더 추워졌지만 돈도아낄겸,운동도 할 겸 40분 거리 학원을 걸어 다녔다.
그래서 그런지 아니면 학원이나 집이 추워서 그런지
룸메이트 S와 사이좋게 나란히 감기에 걸리고 말았다.
한국에서부터 가방에 가득 담아 온 상비약들을 꺼내먹어 봤지만 별 효과가 없었다.
그렇다고 영어도 못하고 번역해 줄 사람도 없는데 병원에 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한국에 있는 엄마에게 전화를 했더니 생강차라도 담가 먹어보라고 하셨다.
그래서 내 인생 처음으로 생강차를 담가보았다.
S와 나는 칼칼한 목을 다시며 마트에 가서 흙내 나는 생강과, 꿀 그리고 공병을 사 왔다.
뜨거운 물을 팔팔 끓여 병을 소독하고 채 썬 생강과 꿀을 듬뿍 넣어서 계속 차를 타먹었다.
이렇게 먼 나라에서, 옆에 S가 없었다면 꽤나 외로웠겠지.
우리는 함께 만든 생강차를 냉장고에 나란히 넣어놓고 그 집을 나올 때까지 목이 아플 때마다 병에 든 생강과 꿀을 뜨거운 물에타 마셨다.
감기는 오래갔지만, 심하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그렇게 첫 번째 감기가 지나갔다.
처음 만든 생강차
[2]
그 후로 반년이 넘는 시간 동안 나는 이상하게도,
' 아프면 안 돼 '라는 생각이 무의식 중에 크게 자리 잡아서였을까
병원에 갈 일이나 크게 아픈 적도 없었다.
오히려 한국에 있을 때보다 훨씬 더 건강하게 지냈던 것 같다.
아일랜드로 떠나기 전 한국에서는 거의 매계절마다 감기를 달고 살았고,
감기에 걸리면 항상 병원에 가서 약을 타먹곤 했었는데
이곳에 왔더니 아니 옆방에 사는 언니가 말하길
병원에 갔는데 의사가 웬 민간요법하나 알려주고는 10만 원 가까이하는 진료비가 나왔다고 하질 않나
그래서 나는 아프면 안 됐고, 내 몸은 고맙게도 세뇌를 잘 받았다.
아파도 병원에 가지 않고 나을 수 있었다.
그 덕분인지 전보다 더 건강해진 기분이 들었다.
그렇지만 계절이 바뀌고 부는 겨울칼바람과 '워킹홀리데이'라는 말이 무색하게도
'Work'만 해서 그런지 낮아진 면역력 탓일까
아주오랜만에 또 마른기침이 나오기 시작했다.
' 이 정도야 뭐 저번이랑 비슷하네 '
병원에 갈 정도는 아니었고, 저번처럼 생강차를 담글 만큼 여유로운 상황은 아니라서
다시 주섬주섬 약꾸러미를 꺼내 먹었다.
딱히 효과는 없었다.
기침소리가 방문을 새어나가 리타에게 들렸는지 그녀가 물 한잔과 약상자를 들고 방으로 찾아왔다.
' 그렇게 까지 심각한 건 아닌데, 뭐 이런 걸 다... '라는 말을 아픈 목구멍 속으로 되뇌어보았다.
할머니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다시 침대 위로 올라갔다.
별 도움 안 되는 라디에이터 대신 침대 위에 있는 전기장판 온도를 좀 더 올리고 이불속으로 들어가 누웠다.
함께 아프던 친구는 더 이상 내 옆에 없었지만 할머니가 두고 간 약이
목구멍 속에 막혀있는 차가운 감기를 따뜻하게 녹여주는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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