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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mumi 여이진 유신디 Oct 13. 2023

외노자의 유쾌하고픈 일상

아르바이트 / 유신디

더블린에서 오래 일은 한 편은 아니지만 그 짧은 2개월 동안 내가 입에 달고 산 말이 있다. 바로 “아일랜드의 비자가 왜 워홀, 학생비자로 구분이 있는지 알겠다”라는 것이다. 만약 어쩔 수 없는 상황 때문에 학업과 일을 병행해야 한다면 제발 풀타임은 하지 말자.

제발 당신의 몸을 생각해!!!

나는 학생비자로 체류 중이었기에 오전에는 어학원에 다녔다. 12시 반에 수업이 끝나면 바로 출근해 7-8시에 마감을 하고 퇴근을 하는 일정이었다. 이때 학원과 일을 병행하는 것이 생각보다 힘이 든다는 걸 느끼게 되었다. 아침 6시 반쯤 일어나 학교에 가고 집에 오면 9시. 간단하게 저녁을 먹고 잘 준비까지 마치면 11시가 다 된다. 이런 일상이 반복하다 보니 매주 주말이면 밖으로 나 돌아다녔던 열정과 힘은 없어지고 하루 종일 방안 침대에 누워 에너지를 충전하며 주말을 보내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생활도 오래가지는 못했다. 바로 코로나로 가게들이 락다운이 되었기 때문이다. 락다운이 되니 학원도 일도 가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고 내 주위의 친한 한국인들도 하나둘씩 한국으로 돌아가는 상황에 언제 끝날지 모를 이 역병을 혼자 이겨낼 자신이 없었다. 결국 2020년 2월 말 나는 한국행 비행기에 오르며 짧은 아르바이트 경험을 마무리 하게 되었다.

아무리 짧은 기간이었다고는 하지만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재미있는 일 몇 가지는 있는 법!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바로 기생충에 관한 일화다.

어김없이 마감준비를 하고 있었을 때였다. 두 명의 젊은 손님이 가게를 찾아왔다. 사장님이 그 손님을 맞이했는데 갑자기 나를 불렀다.


‘우리 직원이 한국인이니까 이 친구에게 물어봐’


어리둥절해하며 손님에게 다가가자 그들은 수줍게 핸드폰은 내 보였다. 그들이 보인 핸드폰 액정에는 짜파게티가 보였다. 그리고 순간 머릿속에 스치는 영화가 있었으니 바로 ‘기생충’

나는 곧바로 그들에게 영화를 보았냐고 물었고 그들도 기다렸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면 영화 속 조여정배우가 먹었던 ‘채끝 짜파게티’를 먹고 싶다며 한인마켓의 위치를 알려달라고 하였다. 이 얼마나 국뽕이 차오르는 순간인가? 약 일 년 동안 아일랜드에서 생활하며 한국에 대해 이야기한 사람이라곤 한국인과 일본인 친구뿐이었는데 (한국을 모르는 외국인들을 훨씬 많이 만났다) 먼저 한국영화를 보고 자신들도 그 영화 속 음식을 만들어 보고 싶다며 이렇게 찾아다니는 모습을 보게 되다니…! 나는 신나 들뜬 마음을 잠시 누르고 그 어느 때보다 친절한 미소로 그들에게 한인 마켓과 한국음식을 추천해 주었다.

제가 많이 애정합니다 감독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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