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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mumi 여이진 유신디 Oct 13. 2023

외국에서 보낸 삼일절

기념일 / imumi

삼일절 백 주년을 어쩌다 보니 아일랜드에서 보내게 되었다.

우리는 이날 간단하게 한식을 해 먹고 아일랜드 최고의 명문대인 트리니티 칼리지에서 열리는 3.1절 100주년 행사에 가기로 했다.


행사공간에 들어가니 참석한 사람들에게 태극기를 나눠주셨다.

우리는 커다란 강의실에 앉아서 행사가 시작하기를 기다렸다.

트리니티 대학교의 한 강의실 

        


곧 행사가 시작된 후 유관순열사님 동영상도 보고 기미독립선언문 낭독도 들었는데 한국어뿐만 아니라 영어랑 게일어로도 직접 낭독을 해주셨다. 5분이 넘는 짧은 시간 동안 게일어로 낭독되는 선언문을 듣는데 기분이 매우 이상했다.


비슷한 아픔의 역사를 지닌 아일랜드에서 이제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 그들의 언어를 들으면서,


     '우리나라의 언어 또한 이렇게 될 수 있지 않았을까.. '



그런 생각을 하니 마음이 아프기도 하고 감사한 생각도 들었다.

그다음으로는 해금연주와 소설과 드라마를 집필하시는 작가님들의 의미 깊은 말씀도 들을 수 있었다. 작가님들은 나이가 들 수록 옳고 그른 것이 무엇인지 판단하기가 힘들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가족들과 후손들에겐 좋은 조상이었지만 나라에겐 파렴치한 매국노인 인물과,

가문을 몰락하게 만들어 무능한 집안의 가장이었으나 나라에겐 애국자와 같았던 누군가의 사례에 대해 말씀해 주셨다.

일본에 저항하고 독립을 지향했던 사람들의 말로는 대부분 비참했기 때문이다.

이는 이 시대뿐만 아니라 지금까지도 이어져서


 옳은 일을 하는 사람들은 응원이 아닌 세상을 현실적으로 바라보라는 눈총 어린 비난과 충고가,           가난하지만 성실하게 일하는 아버지에겐 감사함이 아닌 원망 섞인 말을 하는 자식들이 존재하기도 한다.



옳고 선한 것에 대한 존경심이 아닌, 질책이 자리 잡은 것이다.



이렇게 우리 사회에 만연하게 뿌리 잡은 잘못된 사상의 원인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친일청산의 영향 때문이라고. 돈과 권력만 있으면 나쁜 짓을 해도 다 용서된다는 면죄부를 심어주는 요즘 마인드, 돈만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지금 이 시대의 우리를 본다면, 이런 우리를 위해 나라를 지켜내 주신 선조분들이 얼마나 통탄스러우실지. 지금의 우리가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그것들을 모두 내다 버리면서 지켜주신 나라인데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친일청산이 앞으로 100년 200년이 걸릴지라도 계속해서 이루어져야 하는 이유라고 작가님들은 주장하셨다. 못된 친일파의 자식들이 금수저로 떵떵거리며 사는 게 눈꼴시다는 단편적인 이유가 가장 큰 생각이었던 나에게 부끄러움을 안겨주었던 말씀이다.




마지막에는 다 함께 나눠 받은 태극기를 들고 만세삼창을 했다. 그렇게 몇 시간이 순식간에 훅 지나가면서 오늘을 잊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은 비교적 가벼운 마음으로 갔는데 생각보다 훨씬 좋고 뜻깊은 시간을 가져 부끄러운 마음도 들었다. 또한 예상보다 많은 사람들이 참석하지 않은 것을 보며 아쉽기도 했다.

왜 외국에 나오면 다 애국자가 된다고 하지 않는가.

비록 먼 나라에 있어도 나의 뿌리인 든든한 나라가 있음에, 그리고 그런 나라를 지켜주신 분들에게 감사함을 느꼈다.


태극기를 들고 / 작가님들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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