굵고 짧게 살자

할아버지의 눈물

by 하얀 나비
멀리 워싱턴주 베이커 산이 보인다


"굵고 짧게 살자”

10대에는 그렇게
생각했다.

한방으로 멋지게 살자
나이 먹고 못생겨진 모습이

되긴 싫어



“거울 보기 싫을 때까지만 살자”

30대에는 그렇게 생각했다

예쁘지 않으면 행복하지 않아

하지만 아직은 봐줄 만 해


“아이들이 결혼할 때까지만 살자”

40대에는 그렇게 생각했다
아이들이 독립할 때까지는

내가 없으면 안 될 것 같아

새엄마는 안되지



“예쁘게 늙을 수도 있잖아
성형의 의느님도 계신데”
“굵게 산적도 없으니 짧게 살
이유도 없잖아”

50대부터는 그렇게 나와
약간 비굴한 타협을 시작했다



“브런치에 글을 쓸 힘이

없을 때까지만 살자”

"아들도 아직 결혼하지 않았잖아"

"남편도 아직 어린데"

60대인 나는 그렇게

타협할 이유를 늘리며

나를 협박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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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 난 난방기를

고쳐주려고 오신 할아버지가

일을 끝내고


우리가 준비한 차를 한잔

드시며 말씀하셨다

나의 형들은 다 크게 성공하여
부모님을 기쁘게 해 드렸지.

막내인 나만 공부도 못하고
온갖 나쁜 일에 휘말렸어

그러나 나는 내가

제일 효자라고 생각해

부모님이 어렵게 사는

막내아들 때문에 죽지도 못한다고
항상 푸념을 하셨고

말씀하신 대로 막내 걱정에
빨리 돌아가시지도 못하고

오~래 사셨어.

나 때문에 오래 사셨으니

내가 효도한 거지

할아버지의 눈에
뭐가 들어갔는지
기름 묻은 옷소매로 자꾸

털어내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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