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테트라포드

밋밋한 바다 사진에 MSG 한 스푼 치는 법

by 제이픽셀


누군가에게는 그저 투박한 콘크리트 덩어리겠지만, 나에게는 바다에서 가장 먼저 찾는 피사체가 있다.

바로 테트라포드다.


바닷가 방파제마다 거대한 네 발을 맞대고 서 있는 그 무뚝뚝한 콘크리트 구조물 말이다.


테트라포드는 파도의 에너지를 분산하고 감쇄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하지만 내가 테트라포드를 사랑하는 건 그런 기능적 측면 때문은 아니다.


바다에 갈 때마다 습관처럼 셔터를 누르면서도

정작 '나는 왜 테트라포드가 좋을까?'라고 깊이 고민해 본 적은 없었다.


그저 그 모습이 좋았을 뿐.


이번에 사진을 정리하며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똑같은 모양이 겹겹이 쌓여 반복되는 모습은 기하학적인 패턴이 되어 묘한 안정감을 준다.

불규칙한 파도 속에 정돈된 규칙적인 리듬이랄까.


광활한 바다와 하늘이 주는 탁 트인 풍경은 분명 아름답지만, 때로는 그 막막함이 조금 심심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럴 때 테트라포드는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파란 배경 위에 툭 던져진 감칠맛 나는 MSG 한 스푼이 된다.

맑은 날, 푸른 하늘에 대비되는 차갑고 무거운 콘크리트의 질감도 좋고,


흐린 날씨와 약속이라도 한 듯 색을 맞춘 회색빛도 좋다.


바람이 거센 날, 테트라포드 몸체에 부딪혀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의 역동성은 말할 것도 없다.


하나하나 나열하다 보니 깨달았다.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나에게 테트라포드는 그 자체로 완벽한 감성 오브제였음을.

본연의 회색을 띤 투박한 모습도, 때로는 알록달록한 옷을 입은 화려한 모습도 모두 소중하다.


바다 그 자체로도 충분히 좋지만, 그 앞에 놓인 테트라포드를 보고 있으면 나는 오늘도 셔터를 누르지 않을 도리가 없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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