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커피

레시피 없는 명상, 홈카페의 즐거움

by 제이픽셀

나는 커피를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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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주말 아침에 여유롭게 마시는 커피는 정말 최고다.

아침 햇살이 따뜻하게 내려앉은 테이블에 앉아 방금 내린 커피를 마시면 정말 그 어느 때보다 여유롭다.

정신없이 출근 준비하는 평일에는 맛볼 수 없는 달콤한 휴식 같은 맛이다.


햇살이 잘 드는 곳에 테이블을 배치한 나 자신을 칭찬한다.

물론 햇빛이 멋들어지게 들어오는 맑은 날이 최고긴 하지만 비 오는 날도 괜찮다.

창밖에 내리는 비를 보며 마시는 따뜻한 커피도 끝내준다.

눈도 비도 내리지 않는, 그저 흐린 날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예쁘게 내려앉은 햇빛도 없고, 창을 통해 들어오는 영상미도 없다.

그래도 오늘 아니면 언제 이 여유를 즐기겠냐며 스스로를 위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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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는 주로 캡슐 커피를 마셨다.

캡슐만 머신에 넣고 버튼을 누르면 꽤 맛있는 커피가 나오는 그 편리함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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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어느 날, 드립 커피를 직접 내려 마신다는 친구를 따라 핸드드립의 세계에 입문했다.

입문자인 나를 위해 친구는 그라인더도 나눔해 주었다.


원두를 직접 드르륵드르륵 갈고, 드리퍼에 물을 부으면서 커피를 내리는 과정들이 솔직히는 꽤 많이 귀찮다.

그 귀찮음을 무릅쓰고 오늘도 커피를 내리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일단, 원두를 갈 때 나는 그 커피의 향기가 너무 좋다.

고소한 커피 향이 솔솔 올라오면 팔 아픈 것도 잊고 그라인더 돌리는 속도를 올리게 된다.

나선형으로 물 붓기를 몇 번 반복하는 과정이 한편으론 지루하기도 하지만 마음이 편해지는 기분도 든다.

마치 명상하는 기분이랄까.


사실 커피 맛을 잘 알지는 못한다. 레시피도 무시하고 손길 닿는 대로 내 맘대로 내려 마신다.

이제 어느 정도 손에 익어 대부분 비슷한 맛이 나오지만, 가끔 더 맛있을 때도, 더 맛없을 때도 있다.

그렇지만 다시 그 맛을 재현할 수 없다.

그냥 그날그날의 운일 뿐.


그렇게 명상하듯 내린 커피를 들고 창밖을 보며 마시는 커피 한 모금은 정말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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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귀찮은 날엔 핸드드립 대신 캡슐 머신의 버튼을 누른다.

커피 그 자체보다, 여유롭게 창밖을 보며 커피를 마시는 그 시간을 더 즐기기 때문에.


주말만 느낄 수 있는 이 호사스러운 여유로움을 놓칠 수 없다.


평일에도 조금만 더 일찍 일어난다면 이런 여유로운 커피 타임을 가질 수 있을 텐데....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

최대한 늦게까지 침대에서 버틴 다음 급하게 출근 준비하고 나가기 바쁘다.


역시 이 시간은 매일매일 누릴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주말이라 더 좋은 것 같기도 하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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