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 위에 지저분한 얼룩을 발견했다. 보기엔 낡은 책에 투명 테이프를 붙였다가 떼면 남는 그런 흔적이다. 진한 아이보리? 아니 그보다 조금 더 진한 갈색? 오래돼 누렇게 변색한듯한 처음 보는 얼룩이 어느새 생겼다. 분명히 범인은 난데, 언제 그랬지? 손가락을 가져다 슬쩍 대보니.... 으... 괜히 만졌다. 손가락 끝으로 애매한 끈적임이 느껴진다.
콜라? 커피? 아마도 이놈들 중 하난데. 커피는 맨날 마시고, 콜라는... 어제 마셨구나. 다시 한번 얼룩을 만져보니, 끈적임 정도가 콜라 같은 질척함이 없다. 그럼 저 얼룩은 커피 자국. 저 얼룩이 언제 생겼는지 곰곰이 생각하다가 책상 위에 언제나 있는 노트를 쳐다봤다. 노트엔 아니 길쭉한 도서판? 독서대? 독서대라고 하나? 아무튼 길쭉한 독서대 위에 두툼한 노트 2권이 놓여 있다.
좌우에 한 권씩. 왼쪽 노트는 독서일기. 오른쪽 노트는 잡생각 노트? 왼쪽 노트 위엔 작은 노트 수첩과 스마트폰, 그리고 노트 사이엔 샤프와 검정 볼펜. 책을 읽거나 일을 보다가 생각이 나면 샤프나 볼펜, 손에 잡히는 대로 대충 끄적인다. 가뜩이나 날아다니는 악필인데 비스듬한 독서대 위에서 펜을 놀리니, 더욱 가관이다.
여튼 오른 편에 있는 노트 표면이 우글 하다. 종이가 물에 젖었다가 마르면 우글우글 해지는 그런 모습이다. 흐릿한 갈색도 보이고. 이 정도 범위면 내가 커피를 마시다가 뱉었다는 건데, 오늘은 사레 걸린 일이.... 없는데? 엊그제? 지난주? 그럼 이 얼룩이 며칠간 내 눈을 피했다고? 근데 왜 여전히 끈적이는 건데...
다시 보니 자리가 애매하다. 독서대를 스피커 앞까지 쭉 밀지 않는 이상 저 얼룩을 발견하기 힘들 그런 위치다. 아까 키보드 자리 때문에 독서대를 밀 때, 어쩐 일인지 잘 밀리더라니. 하마터면 스피커를... 흐음. 숨어있는 흔적이 없나 묵직한 독서대를 들어 그 밑을 살펴봤다. 다행히 다른 곳은 흘린 흔적이 보이진 않는다. 그때 잘 닦지 않았나? 얼룩은 자세히 살펴보니 독서대 틈바구니, 그러니까 앞으로 툭 튀어나온 길쭉한 나무막대? 접을 수있는 그 막대 틈에서 흐른 것 같다. 널찍한 판은 잘 닦았는데, 그 틈새에 남아있는 커피는 남겨놓은 모양이다.
괜히 관자놀이를 긁적였다. 그리고 다시 한번 얼룩을 쳐다보고. 잠시... 생각. 그래. 물~티~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