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는 어렵다. 쓰면 쓸수록. 요즘 글을 쓸 때 최대한 쉽고 간단히, 그리고 일상적으로 쓰려고 한다. 오늘이 어땠는지, 무엇을 보고 어떻게 느꼈는지... 스스로를 돌아보며 감정을 관찰했다. 하지만 선? 경계? 그런 애매모호한 기술? 이 어렵다. 다른 사람들은 훌렁훌렁 잘 넘어가는데, 직접 하려니 어정쩡하고 이상하다. 왜 어렵지? 쉬워 보이는데 난? 왜?...
만만한 장해물로 여겼는데. 그냥 며칠 지나면 나아질 거라 생각했는데, 제자리다. 그럼 일단 후퇴. 한걸음 물러나 다른 사람을 염탐했다. 역시 쉬워 보인다. 장해물로 인식하는 것 같지도 않다. 지나다니는 사람들 뒷모습을 보다가, 괜한 자괴감만 든다. 바보 같다.
언제였더라? 그 당시 초등학교에서 나름 유행이었는지, 어린 조카가 큐브를 한동안 만지작거린 적이 있었다. 소파나 거실 바닥에 큐브 여러 개가 발에 챌 정도였다. 솔직히 그때 큐브에 관심 없었기에 조카에게 잘 치우라고 구시렁대기만 했었다. 사실 나에게 모든 면을 한색으로 맞추는 재주는 당연히 없었고, 관심분야도 아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조카는 설명서나 유튜브로 도저히 알 수 없었는지, 나에게 큐브를 내밀었다. 해주라고. 앞에서는 귀찮아...라고 하며 큐브를 밀어버렸지만, 밤에 냉장고를 열다가 식탁 위를 덩그러니 놓여있던 큐브를 발견했다. 흐음... 심심한데 해볼까?
별것 아닌 호기심에 큐브를 들고 책상에 앉았다. '제까짓 게 어려워 봤자지. 초등학생들이 하는 걸...' 하지만 웬걸 돌려보니 만만치 않다. 게다가 설명서는 오래전 암호처럼 경직되고 불친절했다. 알아먹지 못할 설명서는 구깃구깃 구기고, 유튜브를 켰다. 여러 동영상을 봤는데, 의외로 초등학생이 가장 설명을 잘했다. 어른들은 나름 뭐라고 설명을 하는데, 중언부언 알 수 없는 소릴 중얼거렸다. 설명이 엉망이었다. 그런데 초등학생은 직관적으로 하나하나 짚어주며 설명을 했다. 너무 설명을 잘했다.
영상 속 초등학생이 알려 주는 순서대로 큐브를 돌리다가, 마지막 단계에 다다랐다. 장장 2시간이 걸렸다. 다만 유튜브 큐브 영상 찾는 시간이 대부분을 차지했지만. 영상 속 초등학생이 큐브를 탁 돌려, 모두 같은 색으로 변한 큐브 직육면체를 보여주며 이렇게 하면 된다고 말하며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서 나도 탁 돌렸는데.... 어? 왜 안 맞지? 내가 순서를 헷갈렸나? 한 번에는 안되는구나. 하며 다시 처음부터 다시 했지만, 역시나...
뭐지? 영상을 다시 돌려보며 모두 확인했지만, 마지막에 가서 꼭 틀어졌다. 왜? 내가 초등학생이 하는 것도 못한다고? 뭐지? 머릿속에 왜? 만 가득했다. 그리고 다시 몇 번을 돌렸지만, 안된다. 갑갑함과 자괴감에 머리를 신경질적으로 긁어댔다. '에이... 안 해!' 큐브를 바닥에 던져버리고, 마음을 잠시 식혔다. 한데 문득 이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진짜 초등생보다 못하나? 그래서 다시 바닥에 팽개쳐져 있던 큐브를 들어 이리저리 살폈다. 뭐가 문젤까를 계속 고민했다.
빠직 소리가 날 정도로 연신 돌려댔지만, 맞지 않는 큐브. 내가 문젤까? 초등생이 나를 속인 걸까? 그럴 리가. 그럼.... 책상 위에 짜증을 유발하는 큐브를 내려다봤다. 네가 문제냐? 그래서 큐브를 마지막 단계까지 차례대로 수행하고, 맞지 않던 2조각을 뜯어냈다. 그리고 다시 온전하지 않은 큐브면에 두 조각을 끼워 넣었다. 뭔가 사기 같은데... 슬며시 드는 자괴감을 무시하며, 맞춰진 큐브를 다시 엉망으로 흩트렸다. 내 자괴감이 희미해질 때까지.
역시 정답이다. 큐브가 애초에 어긋나 있었다. 잘못은 나에게 있는 게 아니었다. 애당초 큐브에 문제가 있었다. 자세한 수학적 공식을 알지 못해, 이렇게 주장하지만 내 억지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큐브 사건은 나에게 뭔가 그럴듯한 깨달음을 주었다. 문제를 풀다가 장해물을 만나면, 왜?를 생각해라. 왜?.... 포기하지 말고 좌절하지 말아라.
다른 사람에게 쉬워 보이는 일이 내게 어렵다면, 내 문제일까? 아니면 다른 사람이 비정상적인가? 아직 답은 못 찾았지만, 계속 왜?를 중얼거리고 있다.
© wilstewart3, 출처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