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자신의 흔적을 세상에 남기려는 경향이 있다. 그로써 자신이 존재했음을 누군가 기억해주길 바라며.해서 고래로부터 인류는 짝을 맞이해 자손을 남기고 업적을 기록한 글이나 그림, 사진, 영상을 남겨 '나'를 기억해주길 바랐다.
그럼 원시인류는 어땠을까? 이들은 달랐을까? 이들이라고 현생인류와 별반 차이는 없었다. 그리고 이들도 자신의 자취를 남겼다. 때로는 사실적으로, 때로는 기형적인 벽화를.
원시인류가 남긴 가장 오래된 벽화는 5만년 전의 것이라 하는데, 이 기록은 얼마지나지 않아 갱신될 것이다. 이전 기록은 4만년, 4만년 이전에는 3만년이었다.계속 갱신돼왔고 아마도 앞으로도 굴 속에서 수만년동안 빛을 보지 못하고 있는 벽화를 누군가 발굴해 낼 것이기에 지금 기록은 다시 고쳐질 것이다.
원시인의 벽화는 그 당시 세상이 기록되어 있다. 그리고 색채도 화려하다. 동물적 본성이 독재하던 시기에도 호기심은 굳건했는지 그들에게 경이를 남긴 세상을 동굴벽에 그려놓았다. 가시덩굴을 닮은 날카로운 뿔을 지닌 사슴, 인간, 맹수, 구름, 달, 태양 그리고 기하학적인 문양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원시인류가 현대인처럼 확고한 자아로 동굴벽화를 남겼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야생동물과 비슷한 다듬어지지 않은 거친 원초적인 삶을 살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인간이기에. 본능에 몸을 맡긴 동물이 아니 인간이기에 미약한 자아로 사고를 할 수 있었고, 그 사고로 사물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었다. 의미는 결국 자신의 존재를 지향한다.
원시인은 불꽃이 잘 튀는 돌, 어둠을 내쫓는 태양, 밤을 밝혀주는 달, 높이 나는 큰 새..등을 신성시 했고, 그리고 동료 또는 가족과 함께 의미를 공유해 그것을 숭배했으리라.그리고 숭배의 의미로 벽에 새겼을 가능성이 높다. 이것이 바로 최초의 종교 애니미즘이다.
원시인은 인간이기에 무언가에 기대고 싶었고 평온과 안정을 바랐다. 때문에 의미를 부여할 대상을 만들고 소중히 하며 기도했다. 그리고 그것을 남겼다. 맹수와 독충에게서 자신은 안전하길 바라는 마음. 그들이 그렇게 바라던 평안한 생존은 의미를 집착했고, 존재를 갈구한다.
우리는 애니미즘을 단순히 원시신앙으로 우리는 치부한다. 지금은 믿지 않는 것처럼. 존재치 않는 것처럼. 하지만 현대에도 애니미즘의 요소는 우리 일상에 여전히 스며들어 있다.
'저차는 색깔이, 미역국은 안돼, 햇님이 웃으니 오늘은 밝겠는데..'
우리는 시답잖은 핑계라고 애니미즘을 미신이라 치부하지만 글쎄 과연 그럴까?
인간은 아무리 세월이 흘러 변화하고 발전했어도 본연이 지닌 본능에서 여전히 자유롭지 못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