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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ity Sep 22. 2022

늦어지는 로딩시간

시끄럽게 울리는 알람 소리에 침대 바닥으로 한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뻑뻑한 눈에 힘을 줘 연한 초록을 지우고 휴대폰을 바닥에 떨구고 다시 눈을 감았다. 콧속으로 느껴지는 쎄한 휘발유 냄새에 눈을 찌푸리며 지겨운 한숨을 쉬었다. 밤새 먼지 구덩이를 굴렀는지 입안은 텁텁하고 피부는 한껏 민감하다. 침대 이불에 있는 작은 알갱이가 맨살을 서걱여 불쾌하다. 


나지막한 한숨이 인도하는 익숙한 수면에 까무룩 정신을 놓을 뻔했지만, 일어나야 한다. 맥락 없이 늘어져 있던 몸을 한쪽으로 젖혀 침대 아래로 오른발을 디뎠다. 그때 바닥을 향하던 오른발이 침대 옆에 쌓아뒀던 책을 건드려 의미 없는 미약하고 둔탁한 잡음을 끄집어냈다. 두발을 바닥에 두고 구부정히 앉아 얼굴을 문지르다가, 지겨운 한숨이 여지없이 다시 새어 나온다. 한숨으로 하루를 시작하면 안 되는데...


여전히 감고 있던 눈이 다시 아득해지자 화들짝 눈을 떴다. 찐득한 아교풀이라도 바른양 끈적하고 뭔가 서걱거린다. 한쪽에는 가느다란 망에 거른 것 같은 잔 빛무리가 엉성한 커튼 틈 사이에서 몽환적으로 눈을 어지럽혀 산란하다. 잔먼지 알갱이가 내 눈 속에서 일렁이는 것 같아 쌩한 쇠 내음이 비위를 거슬려 속이 매스껍다. 느슨하고 집요한 압박감이 느껴지는 관자놀이를 한쪽 눈과 코끝으로 찡그려 누군지모를 대상에서 무언의 항의를 해본다. 


나지막이 코로 숨을 들이삼키고, 밤새 재가 된 매캐한 숨을 뱉어내자 차츰 방안이 선명해진다. 로딩이 끝난 모양이다. 어슴푸레한 어둠이 방으로 번지는 빛에 점점 흐릿해진다. 흐릿한 어둠 위로 익숙한 창이 보인다. 이렇게 앉아만 있으면 다시 까무룩 잠이 들게 뻔하다. 아직도 푸석한 눈에 어린 먼지를 지워내려면 비번이 필요하다. 비밀번호을 치기 위해선 욕실로 향해야 한다. 


새삼스러운 하루를 시작할 때마다 조금씩 로딩 시간이 늦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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