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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ity Jun 06. 2022

얄밉지만 어쩔 수 없는...

언제나 그렇듯 구름이 은근슬쩍 꾸물대는 하늘 한귀퉁이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 뭔가 애매한 느낌이 났다. 감각이 둔하기는 하지만 가끔 예리해지는 날이 있는데 아마도 오늘인가보다. 고개를 슬쩍 내리니 낯익은 고양이가 한 마리가 햇볕에 하얗게 빛나는 시멘트 길 위에 낯설게 서 있었다.


내가 본 풍경 속에 넌 없었는데, 어디서 왔니? 나와 거리는 대략 4-5미터정도, 그다지 먼 거리는 아니었다. 보통 길고양이는 이정도 가까운 거리를 자신과 타인 즉, 사람에게 이만큼이나 내주진 않았었는데...                                                           

그렇구나! 지금 내위치는 말장난같은 1층 같은 2층에 있으니, 저놈에게 나는 저기 시멘트 바닥을 뒹구는 비닐봉지와 다를바 없으니. 그래서 녀석은 경계심 따윈 무시하고, 시멘트 바닥에 코를 박고 킁킁대고 있겠지. 응? 키기긱 키기긱....이렇게 우는 새가 있던가? 걸어가면 땀이 날락말락할 거리에 있는 야트막한 소나무 숲에서 기괴한 새소리가 정적을 깨뜨렸다.


나는 다소 괴상한 울음에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놈은 나완 달랐다. 내려다 본  녀석의 기름진 몸체는 이제까지 여유롭던 기색은 순간 사라지고, 사냥감을 살피는 사냥꾼의 그것처럼 팽팽해져 있었다. 목표물을  포착하면 쏜살같이 날아갈 것처럼.                           


종류는 잘 모르지만, 자투리 땅에 파릇하게 싹이 올라온 상춧잎을 노리는 녀석의 생김새는 이국적이지 않았다. 털은 흰색바탕에 잿빛이 섞인건지, 아니면 그 반대인지 잘모르겠지만... 찾아보니 코리아 숏헤어란 종류였다. 크기를 보니 성묘는 아닌 것 같고, 청소년기? 아마도 그 정도로 보인다. 덩치가 있다기보단 고양이 특유의 날렵함이 보이는 호리호리 한 늘씬한 놈이다.


저놈은 아마도, 아니 분명히 수놈이다. 절대 맞다. 어제 오늘은 조용했지만, 밤만 되면 아니 아마도 하루 종일 가느다랗고 날카로운 갓난아이 울음으로 동네를 소란스럽게 했었다. 녀석은 으슥한 밤이 되면 짝을 찾아 갸르릉 대며 구애를 갈구했고, 아침나절엔 경쟁자를 향한 앙칼진 소리를 질러 나를 몰아댔다.


처음 저놈이 내는  소릴 들었을 땐 옆집 또는 근처에서 젊은 여자들이 울면서 싸우는 줄 알았다. 그래서 잠잠해지길 기다리고 있었는데, 카랑카랑하게 쏴대는 소리가 멈추질 않아서 결국 베란다 창을 열 수 밖에 없었다. 귀를 두리번거려 소음 정체를 살펴보니 저놈이 내는 소리였다. 하필 금요일 밤부터.....


내 방 근처가 저놈 영역인지 다른 녀석은 아직 보질못했다. 순찰시간이 내 망중한과 우연히 겹쳤을수도... 여하튼 내 수면을 방해놓고 자기는 저렇게 평온하다니. 부족한 수면으로 머리는 지끈거리지만, 밝은 햇볕을 쬐며 풀밭에서 털을 고르고 있는 놈을 보니 헛웃음만 나온다. 그래. 본능인데 어쩌겠니? 너그럽고 속좁은 내가 참아야지.


근데 너 짝은 찾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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