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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ity Nov 06. 2022

밉살스러운 녀석

한숨을 걷어내 이만큼을 저 녀석에게 줘야겠다. 뭐가 그리 좋은지 요즘 계속 웃상이어서 불만이다. 한 며칠 아니 단 하루라도 좋으니 좀  흐렸으면 좋겠다. 근 한 달 이상 같은 날이 반복되는 것 같아 요일을 혼동하기도 했다. 지루한 날들이 이어지던 얼마 전 새삼스레  요일을 살피다가 깜짝 놀랐다. 벌써 11월. 10월 달력을 시간이 빠르다고 궁시렁거리며 넘긴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11월이다. 홀랑 한 달을 도둑맞은듯한 이 헛헛함은 도대체 무얼까?


녀석이 변하지 않아서 좋은 건 쿰쿰한 냄새를 맡지 않는 거. 그리고 잃어버린 우산에 대한 아쉬움이 사라진 거. 두 가지 말고는 없는 것 같다. 계절 변화에 무던하기도 하지만 산이나 들, 바다로 나들이 다니는 성격이 아니라서 맑은 날에 대한 고마움은 별로 없다. 그래서 쓸데없이 쨍한 날보다는 비가 자락자락 오는 날을 좋아한다.


요즘같이  낮과 밤이 단순 반복되는 시기에는 평소보다 더욱 멍해진다. 너무 타성 어린 관성에 정신이 흐릿해지는 느낌이다. 이럴 때 냉한 가을비가 내리면 녀석과 함께 온 소슬한 바람에 늘어진 정신이 바짝 당겨질 텐데... 그래서 요즘 틈만 나면 날씨 앱을 들락거린다. 얼마 전 물방울이 보여 반가웠는데 다음날 보니 다시 해바라기가 활짝 피어있었다. 이럴 때를 마른 가뭄이라고 하던가? 나를 위해서만 아니라 가물어진 개울을 위해서라도 비가 내렸으면 좋겠다.


아닌 게 아니라 종종 산책을 나가는 개천 물이 많이 줄어있었다. 개천의 깊은 곳을 멍하니 바라보곤 했는데 요즘엔 진득하고 섬섬한  어둠이 덜해졌다. 그래서 나는 이 어중간한 계절이 싫다. 기괴하지 않은 신비한 말가한 어두운 물속을 유영하는 물고기들. 마치 우주들 유영하듯 중력에 자유로운 것처럼 물속에서 살랑이다가 잠시 묵직한 햇볕이 가라앉으면 은빛을 반짝이는 녀석들. 녀석들의 신비한  모습이 사라져서, 그래서 맑게 웃는 저 녀석이 밉살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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