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가 방아 찧는 세상
보름달에게 보낸 두 개의 소원
어릴 적 한가위 밤, 마당에 나가면 하늘에 커다란 접시 하나가 걸린 듯 보름달이 떠 있었다.
할머니는 그걸 가리키며 말했다.
“보름달에 소원을 빌면, 꼭 하나는 들어준다.”
그 말을 들은 나는 정말 진지했었다.
주머니 속에 감춰둔 사탕을 꺼내놓고, 마치 제물을 바치듯 달을 향해 두 손을 모았다.
첫 번째 소원은, 돌아가신 아빠의 꿈을 한 번만 꾸게 해 달라는 것.
두 번째는, 소꿉친구랑 평생 이웃으로 살게 해 달라는 것이었다.
그때의 나는 세상의 모든 기적이 달빛에 숨어 있다고 믿었다.
달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지만, 묘하게도 그날 밤은 유난히 밝아 빛으로 대답을 대신하는 듯했다.
그래서인지 이상하게도 마음이 편안했다.
그때 느꼈던 정서는 지금 생각해도 설명할 수 없는, ‘믿음’과 ‘설렘’이 섞인 감정이었다.
세월이 흘러, 이제는 내가 아이들에게 “보름달에 소원 빌어봤니?” 하고 묻는 나이가 되었다.
달을 올려다보는 시간보다 휴대폰 화면을 보는 시간이 더 많은 어른이 되었지만, 이상하게도 한가위만 되면 마음속에 그날의 밤공기가 다시 스며든다.
찬 바람이 볼을 스치면, 어릴 적 달 앞에서 키득거리던 나와 친구들의 웃음소리가 귓가에 어른거린다.
올해 한가위 밤에도 나는 달을 바라보게 될 것이다.
예전처럼 사탕을 올려놓진 않았지만, 마음속엔 또렷한 한 줄 소원이 피어났다.
“달님, 제 일상이 당신처럼 환하게 웃음으로 차오르게 해 주세요. 소소한 행복이 달빛처럼 오래 머물게 해 주세요.”
이제는 누군가와 함께 크게 웃고, 따뜻한 밥 한 끼 나누는 일이 가장 큰 기적이라는 걸 안다.
어린 시절 달에게 건넨 소원은 동심 속 꿈이었지만, 지금의 소원은 삶의 결이 되어 나를 단단히 붙들어준다.
보름달은 여전히 말이 없지만, 묵묵히 내 마음을 비춰준다.
그 침묵 속에, 오래전 내가 빌었던 소원과 지금의 내가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