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화
그렇게 모든 것이 끝났다. 올림픽은 막을 내렸고, 나는 집에서 나오지 않았다. 사람들을 만나기 싫었고, 특히나 하나의 얼굴을 보고 싶지 않았다. 밖은 하나의 얼굴이 붙어있는 전광판, 하나가 올림픽 때 썼던 모자를 홍보하는 브로마이드 등으로 가득 차 있었다. 나는 TV를 조심스럽게 틀었다. 다행히도 하나가 나오지 않았다. 대신 나의 고등학교 시절 코치의 얼굴이 보였다. 나는 내가 잘못본줄 알고 눈을 비빈 후 다시 TV화면을 바라봤다. 거기에는 틀림없이 내 고등학교 시절 코치가 있었다.
“양궁여제 신하나! 그녀의 삶을 알아보자! 신하나. 28세. 리우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그녀는 홍익고등학교 양궁부 시절부터 뛰어난 재능을 보여줬죠. 그럼 그녀가 은사님이라고 말한 홍익고등학교 코치님과의 인터뷰가 있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코치님?”
“흠흠, 안녕하세요. 제가 바로 하나를 키운 코칩니다 여러분.”
“고등학교 시절, 신하나 선수는 어떤 선수였나요?”
“하나는 정말 완벽한 선수였습니다. 고등학생 때 같이 양궁 하던 실력이 비슷한 동갑내기친구가 있었는데, 아 그, 안리은이라고 서울시청 소속 친구에요. 고등학교시절에 둘이 경쟁하면 비등비등하면서도 항상 하나가 이겼는데. 그때부터였던 것 같네요. 하나의 신화가 시작된 게. 하나는 지금까지 경쟁자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진정한 챔피언이죠. 하나가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제 딸 같아요. 신하나 파이팅! 나 잊지 마라.”
“코치님이 참 유쾌하시네요. 인터뷰 감사합니다.”
힘이 빠졌다. 이번 올림픽에서 가장 높은 곳에 올라가서 나의 가치를 증명해보려 했는데, 금메달은커녕, 올림픽에 출전조차 못했다. 노력은 중요하지 않았다. 이기지 못하면, 경쟁에서 밀리게 되면, 어느 누구도 나의 노력에 관심을 갖지 않았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지금까지의 자신을 돌아보니, 언제나 나는 정상에 서지 못했다. 그때 휴대폰 알람이 울렸다. 휴대폰에는 ‘20:30 연습’이라고 쓰인 알림이 울리고 있었다. 알람은 30초정도 울리다가 꺼졌다. 어두운 휴대폰 화면에 비친 내 얼굴은 많이 지쳐보였다. 나는 휴대폰을 벽에 던졌다. 남들이 알아주지 않는 의미 없는 연습시간 따위는 이제 나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눈물이 고였다.
어두운 저녁, 집 밖을 나와 터벅터벅 걷고 있었다. 사람이 많지 않았던 탓인지 마음이 한결 편했다. 그때 어느 젊은 여자가 나에게로 다가왔다. 젊은 여자는 양궁에 관심이 많아 보였다. 그녀는 나의 팬이라며 나에게 싸인을 부탁했다.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여자가 내민 종이에 싸인을 하기위해 펜을 갖다 댔다. 그때 갑자기 주변이 소란스러워졌다. 나도 싸인을 멈추고 소리가 나는 곳을 쳐다봤다.
“신하나 아니야?”
누군가 큰 목소리로 외쳤다. 사람들이 그 소리를 따라서 순식간에 몰리기 시작했다.
“어? 신하나? 잠시 만요. 신하나 선수라니! 말도 안 돼.”
나에게 싸인을 받던 젊은 여자는 내가 갖고 있던 종이를 낚아채고 떠나버렸다. 사람들은 하나의 주변을 둘러싼 채 사진을 찍어댔다. 하나의 옆에는 마이크를 든 여자 리포터가 있었고, 하나의 앞에는 카메라와 조명판을 든 스태프들이 있었다.
“올림픽이 끝난 지 일주일밖에 되지 않았는데, 또 세계선수권 대회에 참가하신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정말 대단합니다. 양궁을 잘하는 비결이 뭔가요?”
“비결이요? 하하, 당연히 여러분들의 사랑과 관심이죠!”
하나는 카메라를 향해 눈웃음 지으며 대답했다. 그때 하나는 거리 구석에 서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던 나와 눈이 마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