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지워진

제4화

by 백상민

하나는 국가대표가 되었고, 그렇게 리우로 떠났다.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하나에게 잘 다녀오란 메시지를 남겼다. 나는 집에만 있었다. 하은이는 그런 내가 걱정됐는지 우리 집에 자주 와서 지냈다.


“요즘도 아버지 술 자주 드셔?”

“응”

“너한테 막 뭐라고 해? 또 자기 옛날 얘기 하면서?”

“응”

“원래 내세울 거 없는 사람이 술 취하면 목소리만 커져”


딸이 자기 아버지에 대해 이렇게 말하는 게 맞나 싶지만 솔직히 틀린 말은 아니었다. 아버지는 잘나가던 사업가였고, 큰 부를 누렸지만 한순간의 실수로 지금은 빚쟁이가 되었다. 그렇게 쌓인 자격지심 때문에 동창회도 안 나가고 매일 혼자 술만 마신다. 아버지는 술을 마시면 자기가 잘나가는 사업가인줄 안다. 그런 아버지 밑에서 자라서 내가 이 모양인가 싶기도 하다.


“간만에 데이트나 할까?”


하은이와 나는 영화를 봤다. 나는 혹여나 사람들이 알아볼까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다녔는데, 너무 답답한 나머지 영화 중에 마스크를 벗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딱히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 영화가 끝나고 자연스럽게 근처 카페에 들어가서 자리를 잡았다.


눈은 왜 그리 돌아가니, 그래 나보다 키 크고 어깨도 넓은 거 나도 보이는데


나는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노래가 매우 신나서 하은이에게 무슨 노래냐고 물어봤다.


“이거 박경 노래야. 나 블락비 완전 좋아하잖아.”


어느 누구와도 너를 비교한 적 없어. 소심하게 굴지 마


“여기는 여자 양궁 개인전 결승이 펼쳐지고 있는 리우입니다. 도움 말씀에 여자 양궁의 레전드, 박성현 해설위원 모셨습니다.”

“네, 반갑습니다.”

“양궁 여제 신하나 선수와 대만의 쟝 반엔 선수의 결승전을 중계해드리고 있습니다. 지금 굉장히 잘 싸워주고 있죠. 두 선수, 마지막 한발만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10점! 신하나 금메달!”


하나는 올림픽에서도 역사를 썼다. 역대 올림픽 개인 양궁 최고득점을 기록하며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하나는 저렇게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데, 나는 집에서 TV로 하나를 보고 있다니, 너무 내 자신이 한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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